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8월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면서 한미 동맹 균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월 22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열린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관련 질문에 "한국 카운터파트(강경화 장관)와 통화를 했다"며 "우리는 한국의 정보 공유 합의 중단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이날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맹국이 상대국에게 공개적으로 '강한 우려', '실망한다'라는 강경한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인 일로, 미국의 만류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감행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을 통해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사전 의견 교환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설명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 미국이 청와대 발표를 곧바로 부인한 것도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22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이번 결정은 한국의 관리들이 암시해왔던 것과는 반대의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집단 안보 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언급은 화가 엄청나게 많이 난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 제기를 발표한 것은 곱하기 10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은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 불만이나 문제 제기하는 게 자제돼 있다. 미국은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언급을 자제한다. 한국 사회에서 반미 정서가 갑자기 확산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얘기한 것은 언급한 상황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한미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결정이 한국에 보다 타격이 되고 한국 정부의 외교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민타로 오바 전 미 국무부 한국담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은 이 문제로 미국과 관련해 매우 심각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지소미아를 갱신하지 않는 것은 뜻밖의 어리석은 결정이다. 이는 다른 누구보다 한국에 해를 기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에서 충분히 신호를 줬다고 본다.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를 풀어야한다. 이를 위해 강제징용 문제와 수출규제를 풀어야하는데 지소미아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스스로 자충수를 두게 됐다.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미·일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이유로 한국에 향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호르무즈해협 파병,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 동맹 청구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이 미측의 거센 안보 압박을 방어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려와 실망'이라는 미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미측과 수시로 소통했으며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8월 23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이번 (종료) 결정이 한미 동맹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지금보다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군사정보 교류 부족 문제에 대해 "2014년 12월에 체결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을 통해 미국을 매개로 한 3국간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한일 갈등 악순환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가 주변국과 갈등 전선을 넓히는 대신 동맹국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일 관계가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미국이 곤혹스러워 할 것이다.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나쁘지 않지만 근본적 해소 방안은 아니다"면서 "가장 효율적인 해소 방안은 일본과 대화를 해서 한일 간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일 관계가 해소되면 미국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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