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6월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7월 1일 보도했다. 트럼프-김정은의 ‘DMZ 깜짝회동’ 이후 북핵(北核)동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동을 통해 양측은 이달 중으로 실무 접촉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 세부 사항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트럼프-김정은의 ‘DMZ 깜짝회동’ 이후 북핵(北核)동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동을 통해 양측은 이달 중으로 실무 접촉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 세부 사항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미 판문점 회담 이후 “우리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고 북한의 협상라인 교체를 확인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대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측 협상팀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월 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 대해 “그는 오만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랜 매파"라며 그의 교체가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달 중 열릴 실무회담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최 부상 대신 북핵 6자회담에도 참여한 바 있는 김명길 전 베트남대사가 협상대표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이 일을 많이 해왔고 현재 원점에 있지 않다"며 “우리는 그들이 기대하는 바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고 있다. 이게 대화의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북한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에 합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1일 ‘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 시설 이상의 것을 받아내는 대신 북한이 핵물질을 더 생산하지 못하고 사실상 동결하도록 하는 새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담 몇 주 전부터 이런 아이디어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여전히 미국의 북핵 협상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7월 2일, 비건 대표가 6월 30일 판문점 회담 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북한 WMD(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미 정부는 핵 동결과 최종단계 아이디어를 원했다"며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방향의 로드맵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목표로 가는데 서로 주고 받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비건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내 매파 입장보다도 훨씬 더 유연하게 북한과 협상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핵 일괄 타결이 아니라 포괄적인 합의에 따른 로드맵 합의 또는 이에 따른 핵동결 프로그램 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미 행정부의 입장이 누그러진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핵 동결은 로드맵의 개요와 비핵화의 의미에 대한 합의도 포함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패키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북간 톱-다운 방식의 외교 접근법이 고도의 기술적 문제들에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분석도 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조엘 위트 대표는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면회담이 트윗이나 언론성명, 연설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북간 연락사무소 개소 등 관계개선을 위한 사전 조치도 점쳐진다. 비건 대표는 이와 관련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개설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오는 9월 미국을 방문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재선에 도움이 되는 정치 이벤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북 핵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비관론도 만만찮다. 우선 북핵동결 합의 추진설에 대한 미국내 비판은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였던 조지프 윤은 "동결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다"며 "동결을 수용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미 전문가들은 비핵화 정의부터 대북제재 해제까지 북미간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다고 진단했다. 7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란 핵문제에 대비해 북한 핵문제는 외교적 노력으로 풀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있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과의 친분관계를 포함해 유엔 대북 제재, 국제적 대북압박 협조 등 이란문제에서는 갖지 못한 여러 가지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이란 핵문제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WSJ은 진단했다. 이란에 대해선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에 대해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측은 아직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 것인지 공통된 정의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실무 협상이 재개될 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시절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진행했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취했던 입장에서 변화할 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북한 방문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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