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목숨을 걸고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씨가 최근 일본 언론과 탈북 후 첫 인터뷰를 했다. 사진은 작년 귀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 사진=유엔사령부 영상 캡처
사진=유엔사 영상 캡처

 
사진=유엔사 영상 캡처

  
작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오청성씨가 탈북 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언론을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탈북동기와 북한 김정은에 대한 평가, 이복형 김정남에 대한 인지 여부와 장성택의 처형, 평양 창광·여명거리에 대한 평양주민의 입장 그리고 대한민국 군인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을 종합적으로 밝혔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오씨는 일본 현지로 건너갔다고 한다.
 
“북한이 미국과 전쟁할 것으로 느겼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오씨라고 밝힌 탈북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영상 일부도 공개했다. 신문은 “북한군이었던 오씨와 도쿄에서 단독인터뷰를 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분위기가 약해져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미북(美北) 관계가 악화됐을 당시 “북한이 미국과 전쟁할 것으로 느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장감은 위에서 내려온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오씨는 “친구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관심 없었지만 일단 나는 무관심했다"며 “내 또래 세대의 80% 정도는 무관심하고 충성심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습 지도자를 무리하게 신격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을 못 먹여 살려도 권력을 세습하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정권이라면 국민들의 관심도 못 받고 충성심도 생기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세습 지도자를 무리하게 신격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오씨는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시내에 창광거리와 여명거리 등이 들어선 것과 관련해 “평양의 건축물이나 전철 등 각종 교통시설은 북한의 수도라는 상징성에 맞춰서 만든 것이다"며 “평양의 발전을 보고 북한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 군대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한군 규모가 확대됐고 전투대비태세도 강화됐다"고 했고, 대한민국 군대에 대해서는 “군대인 것 같은데 군대가 아니다. 힘든 훈련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름·생년월일 다 바꿔
    
오씨는 현재 ‘오창성’이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신변위협 때문에 생년월일도 바꿨다고 한다. 오씨는 산케이신문과의 짧은 영상 인터뷰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산케이신문 기자는 "(오씨의) 어깨가 넓고 키가 컸다"며 "신장 172㎝인 기자보다 눈의 위치가 5㎝ 이상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귀순 당시 오씨는 치료받는 과정에서 장기에서 30cm가량의 기생충이 나와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북한 주민 대부분이 기생충을 갖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영양불량이 아니라 오히려 영양상태가 좋아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인민군 소장의 아들...동료와의 문제로 귀순"
    
오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을 인민군 소장(우리 군의 준장)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귀순동기와 관련해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알고 있었고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망명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근무지 인근에서 동료 군인과 문제가 발생해 술을 먹고 순간적으로 검문소를 돌파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돌아가면 처형당할 우려가 있어서 국경을 넘었다"면서도 “귀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씨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에 대한 존재와 그의 암살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에 대해서는 “(장성택이)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국에 온 후 (그가) 잘못해서 살해당한 건 아닌 걸 알았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와 국정원 등은 오씨의 일본 현지 인터뷰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오씨는 지난 6월 하나원 교육을 마친 뒤 일반 탈북자들처럼 사회에 나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고 통일부 측은 밝혔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가 국정원이나 경찰의 보호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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