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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11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이례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을 인정하면서 국제기구가 긴급히 지원해 줄 것을 북한 정부가 요청한다고 메모에서 밝힌 것으로 미 NBC 방송이 2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 방송은 이같은 내용의 메모를 북한 대표부에서 입수했다고 전했다.
김성 대사는 메모에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북한이 지난해 공동으로 수행한 식량사정 평가에 따르면 고온, 가뭄, 홍수 및 제재로 인해 2017년에 비해 지난해 식량 생산이 50만3000t이 줄었다고 밝혔다.
제재로 인해 식량 생산이 줄었다고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NBC 방송은 지적했다.
김 대사는 또 국제기구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서 제재로 인해 "필요한 농자재 공급이 안된 것이 (식량 생산 감소의) 또다른 주요원인"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노동자 가족 1인당 배급하는 식량"을 550g에서 300g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메모는 "대체로 유엔 기구들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극도로 정치화됐으며 제재가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북한은 식량을 수입하고 수확을 앞당길 예정이지만 식량 부족이 여전해 7월부터 식량 배급을 10g밖에 늘릴 수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례적인 식량부족 인정은 하노이 2차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이것이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전술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국장을 역임한 빅터 차는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노림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언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완화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많이 진전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제재 해제를 논의한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 제재를 푸는 것이 가장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500만명의 북한 주민의 41%인 1030만명이 식량부족에 시달리며 1010만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도 제한했다. 지난해 미국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은 2017년보다 57% 감소했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감소하고 있더라도 북한이 공개적이 제재가 효과가 있으며 그로 인해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매우 이례적이다.
메모 공개는 "인도주의적 관심을 환기함으로써 제재를 약화하려는" 평양의 전술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정김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사치품 수입에 수억달러를 쓰면서도 항상 미국과 유엔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IA 분석가 출신의 수 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다음주 북미정상회담에 대비하는 것이라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다. 그들은 정상회담을 위한 기초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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