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이 9월 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북한 리선권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발언을 두고 '옥류관 굴욕'이라들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굴욕적이고 모욕적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시각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월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평양정상회담 때) 옥류관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 리선권이 불쑥 나타나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 보고받았느냐"라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하자, 조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하면서 ‘옥류관 사건’이 알려졌다.
          
  
남북은 지난 6월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했다.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조 장관은 “나중에 들었다.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은 했다"고도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 장관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직을 달고 있는 리선권에게 여러 차례 ‘당했다’. 10·4선언 11주년 행사 때 행사장에 2~3분 늦게 도착하자 리선권이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며 반발투로 지적했다. 지난 6월 고위급회담 때도 북측에 의한 ‘회담 연기’를 조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 입장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남북경협이 활발히 이뤄지고, ‘남북’ 주민들이 ‘북남’을 자유롭게 오가고, 그 결과 통일까지 되는 것을 누가 싫어하랴. 그것을 위해 웬만한 것은 ‘참아야 한다’ 또는 ‘참을 수도 있다’고 현 정부 사람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탈북민들을 오랫동안 취재해오고 그들을 지인으로 옆에 두면서 체험적으로 알게 된 ‘경험과 판단’에 따르면, 현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더 한 일도 벌어질 것이다.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은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을 ‘이용’하고 ‘깔보고 있다’는 시각이 있음을 정부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의 이런 대남(對南)시각의 ‘힘’은 핵(核)에서 나온다. 북한은 핵무기를 바탕으로 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꾀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북(對北)제재를 계속 유지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한민국을 ‘전술적’으로 택해 정상회담을 벌써 세 번이나 한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내걸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려 하고, 세계 최고의 글로벌 한국인 기업가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하는 북한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무능한 정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대한민국 국민 6명을 비롯해 국군포로 송환, 북한 인권문제 언급 등 북한이 싫어하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협상’이고, ‘실력’이며, 진정한 평화에 헌신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에 보조를 같이 해야 한다.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하다가 국제사회로부터 ‘대한(對韓)제재’를 받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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