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할 때 평양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사진=청와대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던 ‘소감’을 정부정책 홍보 사이트 ‘정책브리핑’에 공개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이번에 평양을 처음 가봤다. 중국을 통해 장백산으로 불리던 ‘백두산’을 여덟 번이나 오르면서 ‘희망’으로 간직해오던 북한 땅을 통한 ‘백두산행(行)’도 이번에 실현했다.
   
일제 식민통치시기인 1941년에 태어난 김 수석부의장은 식민의 역사, 광복의 역사, 분단의 역사,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를 오롯이 경험하며 그 속에서 삶을 일군 세대다. 농경시대에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산업화시대와 정보통신시대를 거쳐,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세대 동안 인류역사의 변화를 거의 경험한 유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 온 저에게 70년 넘게 차단됐던 그 곳, 평양의 거리는 1시간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변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알던 평양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잘 살아 보겠다는 의지를 보았다. 제재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 흔하게 보이던 ‘미제 타도’ 등 호전적 구호들이 사라지고,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달려가자 미래로’,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등 ‘세계’와 ‘미래’를 강조하는 구호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김 수석부의장은 북한식 ‘구호’를 통해 그들이 어디로 가려고 하려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가는 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이미 ‘경제건설 총력’을 국가 목표로 설정했다"면서 “인민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주민들의 민생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불가역적 상황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또 북한을 개방의 장(場)으로 이끌어내는 방법은 ‘만남’과 ‘교류’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것’을 확약한다고 했을 때 평양시민들이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고 또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동안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것이 목표이자 자랑이었는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에 열광적 환호를 보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한 주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다. 바로 접촉과 만남, 이를 통해 쌓인 신뢰가 열어 준 변화"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독일 통일 사례를 들며 “꾸준하고 점진적 교류가 평화의 토대였다"면서 “접촉과 만남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일이지만 국제적 상황도 중요하다"며 “북한이 변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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