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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문재인 대통령, 정경두 국방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박한기 합참의장, 김유근 국가안보실1차장, 고민정 대변인. 사진=뉴시스 |
이들은 지소미아와 한미동맹은 전혀 별개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며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직결된 핵심 한반도 현안이라고 평가했다. VOA는 “지소미아 종료일이 임박하면서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과 이에 맞물린 한미일 3각 공조체제가 흔들릴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가운데 19명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한미 관계의 상징성과 북한 위협에 대한 실질적 대응 전력을 한꺼번에 훼손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의 높은 상징성 외에 작전상으로도 잠재력이 크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빈도가 늘면서 위기 상황에서 그 유용성 또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가 평시에 한미일 간 조율과 정보 교신 훈련을 가능케 하며 북한 위협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구축하도록 해 전시 활용도가 크게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20개가량 비행장이 미군 전투기 작전과 미군의 한반도 유입에 필요한 숫자의 절반 밖에 안 된다"면서 “미국은 언급을 꺼리지만 일본의 상당한 지원 없이 한국방어 작전을 계획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소미아를 통해 일본의 지원을 일찍부터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잠재적 군사 역량과 관련해서는, 마이크 맥데빗 미 해군분석센터 선임연구원도 유사시 한국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 해군 소장 출신인 맥데빗 연구원은 대잠수함전을 예로 들면서 “이 분야에서 일본의 역량은 세계 최상위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매우 어리석은 결정으로 오랫동안 부정적 영향을 남길 것"이라고 맥데빗 연구원은 전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이 결정이 매우 불행하고 무분별하며 동북아에서 한미일 안보를 훼손시키면서 더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안보 구조를 약화시킨다고 분석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지소미아 종료가 북한 등 적국을 이롭게 하며 한미일을 분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북한이 일본과 한국을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시기에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역사라는 제단 위에 한국의 안전과 미국의 방어 공약을 쓸데없이 희생시키는 것"에 비유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 종료가 한국의 안보를 훼손하고, 불필요하게 위험을 증가시키며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경고시간을 무너뜨리면서 한미동맹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미국의 국가이익까지 해를 입히는 심각하고 옹졸한 실수(small-minded mistake)라고 비판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한국 스스로 안보 이익에 반하고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훼손시키는 “자멸적 행위(self-destructive act)"라고 꼬집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일 양국 지도자가 현재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있고 한미일 동맹과 조율을 갈라놓으려는 북한과 중국의 목표 달성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소미아와 한미동맹은 전혀 별개라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지소미아는 워싱턴에서 핵심적인 한미 관련 사안으로 간주된다며, 자신이 아는 워싱턴의 정책 관련자들 가운데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미국에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기는 인사는 사실상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수십 년간 이어진 한미 관계가 최근 3~4년 동안 훼손된 것이 사실이라며 복구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지소미아 종료는 이런 모든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 종료를 “한미동맹을 위험에 빠뜨릴 몇가지 요소 중 하나"로 평가했고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지소미아가 한일 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에서 동맹이자 파트너 국가로서 한국에 대한 진정한 우려를 일으켜 한미동맹 또한 약화시킨다"며 “한국이 자국방어에 관심이 없다면 미국은 왜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지 마땅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11월 1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기자단을 만나 지소미아와 관련해 "종료는 미국을 위해서도 한일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효를 막도록 "한일이 더욱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도 지소미아 종료를 피하고자 한일간 대화를 갖게 하는데 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혀 양국을 계속 설득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그 실효가 23일로 다가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한미일 공조체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당국자는 최근 방한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종료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력히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이 얼굴을 맞대고 양국 간에 직접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태국 방콕에서 16~19일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 맞춰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개최, 지소미아 유지를 한일에 계속 구할 방침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