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6년 8월 25일자 기사에서 ‘김정은 지도하에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뉴시스DB

 

북한이 10월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새롭게 개발 중인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11분께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탄도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다.
 
잠수함은 핵과 화학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북한은 기존 재래식 무기가 열세에 놓이면서 비대칭 전력 개발에 몰두했다. 특히 잠수함을 이용해 수중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발사하는 SLBM은 한국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게도 상당한 위협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0월 2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11분경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시스

  
현재 개발 중인 북한의 SLBM은 사거리는 짧지만 자신들이 보유한 핵과 화학무기를 탄두에 장착한 뒤 잠수함을 이용해 미 본토에 접근, 공격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시험 발사한 북극성-3형은 지난 2016년 8월 25일 북한이 동해상에서 발사한 '북극성-1형' 보다 성능이 진일보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북극성-1형 발사 이후 지난 2017년 2월과 5월에는 지상발사형으로 개량한 '북극성-2형'을 발사하며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북극성 계열은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미리 연료를 채워놓고 있다가 원하는 시기에 신속하게 목표물을 타격한다.
 
우리 군당국은 북한이 앞서 북극성 계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사거리를 1300㎞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미(韓美) 군당국이 북극성 계열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MRBM은 사거리가 1000~3000㎞이다.
   
북한은 '북극성-3형'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최대고도 900㎞ 이상 고각 발사한 것으로 미뤄 정상 발사했거나, 연료량을 늘린다면 2000㎞ 이상 비행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늘 고도와 비행거리를 보면 상당히 고각발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상 발사했다면 1500~2000㎞정도 날아갔을 것"이라며 "북극성-3형이 맞다면 분명 단거리 전술미사일이 아닌 최소 중거리에 전략탄도미사일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 7월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포조선소를 방문해 30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 건조 과정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에는 SLBM 3~4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번 북극성-3형 시험발사가 3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의 잠수함 건조 시찰 이후 북한은 SLBM 사출 시험을 하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8월과 9월 김정은이 다녀간 신포조선소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보안 구역으로 구분된 부두에 SLBM 수중 발사 시험용 바지선이 정박해 있고, 주변에서 원통형 용기와 지원 차량 등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북한의 북극성 계열 SLBM 시험 발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이후 지난달 9월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 등 발사체를 쏘며 무력시위를 거듭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도발이 아니라고 평가하며 미북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됐던 북미간 실무협상이 5일 재개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 본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SLBM을 시험발사한 것을 두고 이전과 같은 입장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SLBM 시험발사는 북미 실무협상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실무협상의 핵심인 비핵화 범주 설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LBM은 기동성과 은밀성이 특징이기 때문에 가장 위협적이고 억지력이 강한, 전략적 가치가 높은 무기다. 이것을 북한이 보유하겠다고 주장한다면 미국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협상에서 SLBM을 보유하겠다고 고집하기보다는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실장은 "북한이 실무협상 직전에 SLBM을 보여준 것은 이번 협상에서 안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낸 것"이라며 "실무협상 재개 직전에 포괄적 안전보장 문제를 다룰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가치를 한껏 높여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SLBM 폐기를 요구할 경우 북한은 한반도 내 미 전략자산 철수 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안보에 관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오늘 쏜 미사일이 SLBM이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미사일에 대해선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미협상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도발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협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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