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살펴봤다고 기관지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신형 잠수함의 외관을 일부 전격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23일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돌아보시었다"며 "최고령도자의 세심한 지도와 특별한 관심 속에 건조된 잠수함은 동해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잠수함의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해 실전배치를 위한 3000t급 잠수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에 공개된 신형 잠수함이 지난 2016년 8월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을 시험발사한 신포급(고래급) 잠수함보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북극성-1형을 발사한 신포급 잠수함은 2000t급으로 발사대가 1개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잠수함은 이전보다 크기가 더 커진 것으로 보여, 발사대가 최대 3개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형태를 봐서는 신포급 '개량형'으로 추정된다"며 "기존에는 (발사) 플랫폼이 하나였는데, 옆 모습을 봤을 때 발사대가 2~3개가 되는 신포급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히 SLBM 시험발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전배치를 위한 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사대가 2개면 80m, 3개면 100m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신포급 잠수함의 길이는 67m로 평가됐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2016년 북극성-1형을 발사한 신포급 잠수함은 일종의 '프로토타입'이었다"며 "SLBM 시험발사할 수 있는 시험선(船)에 가까운 성격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1발만 들어갔던 신포급은 발사대가 고장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 실전용으로는 가치가 떨어졌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SLBM이 3발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실전형 잠수함이 필요했고 그것이 이번에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존 신포급 잠수함의 추진방식에 '공기불요시스템'(AIP)이 적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AIP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을 경우 수중 잠항기간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신포급은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 며칠 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과 잠수정 등 잠수함정 70여 척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신형 SLBM인 '북극성-3형'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북한은 1990년대 러시아로부터 퇴역한 골프급 잠수함(3000t급)을 구입해 분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급 잠수함은 함교에 SLBM을 3발 탑재하도록 돼 있어, 북한의 신형 잠수함도 이같은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상업 위성에도 북한 신포 조선소에 야적된 대형 잠수함 건조 목적의 부품들이 관측되기도 했다. 38노스는 지난달에도 신포 해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해상 기지에 또 다른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장비와 부품들을 사용한 흔적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잠수함 사진 공개로 38노스가 포착했던 움직임이 새 잠수함의 진수식을 위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과 관련해 "우리 군은 관련 동향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해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활동 영역을 국한시켰다.
 
한편 김정은은 새로 건조된 잠수함에 만족을 표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이날 군사행보는 지난 5월 9일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훈련 지도 이후 74일 만이다. 올해 주요 군사행보로는 4월 16일 항공·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 비행훈련 지도, 4월 17일 국방과학원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참관·지도, 5월4일 동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훈련 지도 등이 있다. 
 
김정은은 74일 만의 군사행보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 결속 이후의 내부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이 내포돼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북한 중앙통신은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잠수함이 각이한 정황 속에서도 우리 당의 군사전략기도를 원만히 관철할 수 있게 설계되고 건조된 데 대하여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동서가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의 작전능력은 국가방위력의 중요한 구성부문으로 된다"며 "잠수함을 비롯한 해군무기장비 개발에 큰 힘을 넣어 국가방위력을 계속 믿음직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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