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실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할 경우 동맹의 근간을 흔들면서 미국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VOA 캡처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내달 종료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강력한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실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할 경우 동맹의 근간을 흔들면서 미국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한일(韓日) GSOMIA과 관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 "한국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VOA에 "(한국이)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미국으로선 한일 GSOMIA을 협상카드로 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GSOMIA가 한일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3자 협력에도 밀접히 연계돼 있는 만큼 이를 해체하려는 행동은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방정보국 출신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도 “미국이 대북 정보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정보자산 공유 역시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벡톨 교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대표적인 사예라면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궤적이 일본 영해 또는 상공을 지나는 만큼 3국 간 정보공유는 북한의 위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탐지 거리 1000km 이상의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이들로부터 수집한 대북정보 등을 한미와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북한 정권의 주요 자금줄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에 대한 인적 정보도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벡톨 교수는 미국으로선 이런 정보 공유체제 유지 때문에도 동맹 가운데 한 쪽 편을 들 수 있는 ‘중재’에는 개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GSOMIA 철회 시사는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GSOMIA를 실제로 폐기한다면 일본에 이어 미국과의 동맹 관계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뉴시스DB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GSOMIA 철회 시사는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GSOMIA를 실제로 폐기한다면 일본에 이어 미국과의 동맹 관계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GSOMIA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카드로 사용할 것을 시사해 한일간 경제갈등이 군사 문제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군 고위 관계자도 "한일 GSOMIA의 효용성, 안보협력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협정 유지 입장"이라고 밝혀 GSOMIA 유지에 무게를 두되 필요할 경우 효용성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일본과 대북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황이 있을 경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정보 사안'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나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GSOMIA에 대한 청와대 측의 입장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 실장의 말을 인용해 "지금은 유지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GSOMIA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할 경우에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공감이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크게 언급하진 않았으나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GSOMIA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연계돼 있지 않다"면서 "기본 입장은 (GSOMIA) 유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뉴시스DB

  
청와대의 GSOMIA 재검토 언급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카드가 다양하다는 시그널로 보여진다. 동시에 북핵에 대비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핵심인 GSOMIA 폐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미국이 일본을 설득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우회적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심 대표의 발언 뒤 후폭풍이 일자 "정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유지 입장“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의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GSOMIA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연계돼 있지 않다"면서 "기본 입장은 (GSOMIA) 유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다시 오후에 GSOMIA 파기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고, 모든 옵션(선택지)을 검토할 것"이라고 하면서 재검토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청와대 측은 "우리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검토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최대한 국익에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 말 또는 8월 초 일본이 안보상 우호국가로 우대하는 화이트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추가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GSOMIA 수정 및 폐기 문제가 한동안 표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은 GSOMIA를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하는 속에서도 협정 수정 및 폐기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SOMIA의 수정 및 폐기 움직임이 있을 경우 예상되는 후폭풍을 경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GSOMIA를 건드릴 단계는 아니다. 그것은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문제"라며 "당장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에서도 재검토 지시가 별도로 내려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상황의 엄중함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면서 일본이 직접 안보 카드를 꺼내 들 경우 GSOMIA 유지 입장에 변곡점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이 먼저 '한국과 안보 협력 필요 없다'고 나오거나 'GSOMIA가 무슨 의미냐'고 나올 경우 연장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다만 일본이 스스로 미국이 중시하는 역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깨면서까지 무리하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무리하게 안보 현안을 건드릴 경우 미국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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