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월 11일(현지시각)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사진=청와대 트위터

한미(韓美)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1일(현지시각) "미북 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톱 다운 방식으로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50분 동안 미국 워싱턴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공개 접견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접견에는 우리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국대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최종건 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매튜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한국담당 보좌관이 함께 했다. 당초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하려 했지만 그 자리에 포틴저 보좌관으로 대체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위대한 여정에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노고와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이 북핵 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현안에 우리 측 카운터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점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한반도 정세와 향후 미북간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 측 노력을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으로부터 하노이 정상회담의 미국 측 평가와 향후 대응방안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공헌으로 한·미 동맹이 더욱 견실해지고 있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도 계속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긴밀히 공조·협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여러 수준에서 다각적인 대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형성된 북미 간 교착상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완화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상대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비핵화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4월 10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 현재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기조와 관련해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이행하는 일괄타결 방식의 '빅 딜'을 고수해 온 미국의 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을 중심으로 한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과 상응하는 것으로 한미 정상 간에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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