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는 3월 22일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9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NHK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베이징을 경유해 지난 19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이 2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게 될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의 러시아 방문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김정은의 정상급 외교활동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 남북판문점 회담 등 김정은의 모든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지에 먼저 도착해 의전·경호 준비를 했다.  
    
여기에다가 지난 3월 14일에는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이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을 만나는 등 양국 간 외교 채널을 통한 의견 교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비춰볼 때 김정은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과 푸틴은 이미 지난해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는 지난해 5월 31일 김정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전하며 "조로(북러) 최고령도자들 사이의 상봉을 실현시킬 데 대하여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비핵화 교착 국면 속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2차 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일정을 잡기 어려웠다.
 
김정은이 미북회담 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집권 이후 첫 정상회담을 통해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며 외교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비핵화 협상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직간접적 대미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러시아에 적극적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단계적·동시적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여기에 러시아의 지지까지 확보하고 나아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러시아는 소련 연방이 해체될 때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의 비핵화를 이끈 경험이 있다. 1991년 12월 소련이 공식적으로 해체됐을 당시 이들 3국에는 구소련의 핵무기가 대거 남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1900개의 전략 핵탄두와 2275개의 전술 핵무기를 가져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 된 상태였다. 그러나 결국 우크라이나는 이를 모두 러시아로 이전시켜 폐기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미국, 중국이 함께 나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핵 폐기에 따르는 기술적, 경제적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간단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NPT와 IAEA에 순차적으로 가입하며 핵 포기를 실질적으로 단행했다. 
           
북한이 이처럼 우방국인 러시아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실질적인 단계적 비핵화 이행 조치를 시작하고 여기에 미국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로 비핵화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경우 미국의 제재 지렛대가 약화될 수밖에 없어 미국이 동의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 이를 내부 정치에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내달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개최를 예고했다. 지난달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내부 선전에 활용할 카드가 사라진 상황을 북러 우호 관계로 최대한 대체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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