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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최대 3조원이 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위비 협상의 험로가 점점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최대 3조원이 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위비 협상의 험로가 점점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월 8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 일본, 독일 등 동맹국에 '주둔비+50%'를 분담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들과의 개인적인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직접 고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월 9일(현지시각) 전했다.
현재 정부의 방위비분담금이 전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주둔비+50%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분담금 총액(1조389억원)의 3배 정도로 3조원을 넘게 된다. 올해 방위비 인상폭이 8.2%인 점을 감안하면 거액의 인상 요구라 할 수 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3월 14일(현지시각) WP 보도에 대해 "틀린 것"이라며 "우리는 주둔비+50%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군은 용병이 아니다"는 반론이 나오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사업도, 자선사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
한국이 올해 방위비 협상에서 주둔비+50%는 아니더라도 대폭 인상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8일 정식 서명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내년 이후 분담금을 정하는 제11차 협정을 올해 안에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 의지를 자주 내비쳤다. 그는 제10차 협정이 가서명된 직후인 지난달 3월 12일(현지시각)에도 "한국이 전화 몇 통으로 방위비분담금을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며 "앞으로 수년에 걸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이 다음 방위비 협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정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인공위성'이라며 로켓 발사 등을 감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최근 중단된 한미연합훈련 재개 및 전략자산 전개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을 중단하면서도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미국이 되돌려 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연합훈련이 재개된다면 한국에 비용 부담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협상에서도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무기의 한반도 투입 시 드는 비용을 한국이 나눠 내야 한다는 논리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었다.
미국의 이런 대폭 인상 요구에 맞서 한국 정부가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기여를 많이 했으며 방위비 인상률도 높게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한국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주한미군 부지 평가액, 감면된 각종 세금 등은 분담금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5년 기준으로 간접지원액은 9589억원, 방위비분담금은 9320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분담금 액수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거시적으로는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협상이 파열음을 낼 때마다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주한미군이 갖는 전쟁 억지력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철수가 현실화되긴 쉽지 않겠지만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는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방위비 인상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한국에는 4만 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며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를 부풀리면서까지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방위비 증액 요구를 더 크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임승차하는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도 호소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매년 방위비 인상 압박을 받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지난해 정부가 방위비 총액을 줄이기 위해 1년 협정을 맺었는데 이를 다시 5년 협정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국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예민하게 동맹을 잘 관리해야 하는 시기"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대로 협상 결과가 나올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일정 정도 외교적 타협을 하는 데 대해 비판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