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양정상회담 당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개편하고 사람을 새로 앉히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미(對美) 소통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 편만 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한미동맹에 갈라지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통상전문가로 불리는 김현종 2차장에게 비핵화 업무를 부여해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국가안보실은 정의용 안보실장 밑으로 김유근 1차장과 김현종 2차장이 보좌하는 삼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안보실 1차장 산하 비서관 4명, 2차장 산하 비서관 2명 체제에서 각각 비서관 3명씩을 두도록 균형을 맞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3대3으로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전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직후 문 대통령에게 고도의 중재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비핵화 임무를 2차장실로 이관한 것은 김현종 2차장의 역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차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 번이나 주도한 통상전문가이자 주(駐)유엔 한국대사 경험으로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유엔(UN) 통'으로도 불린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인사 발표 당시 "새롭게 펼쳐지는 한반도 상황, 동북아 정세 속에서 미국을 직접 상대하면서 우리의 의견도 전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셔야 한다"며 "그 역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향한 원칙과 기준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까지 서로 달라 복잡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3·1절 백주년 기념사에서 “이제 새로운 100년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100년이 될 것"이라며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평화경제' 시대를 열어나가겠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의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경제 시대를 위해서는 '남북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이 평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혜택을 골고루 누려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 재개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압박이 다시 강해지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또 의회에서는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봉쇄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2일 그레이텔레비전과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거론하며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걸 바로 고치려고(fix)한다. 바로잡으려고 한다(correct)"고 밝혔다. ‘전략적 인내’는 유엔 제재 등을 통한 경제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북한의 붕괴를 기다린다는 구상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묵인한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 인권 문제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명 ‘오토 웜비어 대북은행업무 제재법’(일명 ‘웜비어법’)이 미 상원에 제출됐다. 대표 발의자는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이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북한 정부와 거래하는 어떤 외국 은행도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북한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려 한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 규정도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7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이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 채 의회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당시 발의자였던 투미, 밴 홀런 상원의원이 새해 들어 다시 발의한 것이다.
 
한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3월 5일(현지시각)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볼턴은 미국이 주요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대북 경고 메시지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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