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0월 30일 청와대를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이날 양국은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등을 위해 '한미워킹그룹'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청와대
한미(韓美) 양국이 최근 신설하기로 했던 ‘한미워킹그룹’이 11월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실무회의를 가진 가운데, 그동안 남북한 사이의 ‘평화 무드’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한미워킹그룹 출범과 관련해 “상대방과 상의 없는 단독 행동을 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한국에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했다"라고 밝혔다.
      
"미국측 속내 노골적 표현은 이례적"
   
최근의 남북관계가 비핵화보다 앞서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미국 측의 ‘과속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21일(한국시각)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속도에 대한 미국 측의 속내를 이같이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양국간 이견을 직설적으로 공개한 자체가 처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말 한미 양국의 비핵화 노력과 제재 이행, 유엔 제재 준수 등 긴밀한 조율을 위해 ‘한미워킹그룹’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워킹그룹 회의 직후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남북협력 등 북핵·북한 관련 제반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 표명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 대표단이 미국 현지에서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워킹그룹 1차 회의를 위해 국무부 청사에 도착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0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국이 단독행동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
  
중앙일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남북관계와 비핵화 노력의 조율을 위해 한국 정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것이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한미 사이 완전한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조율) 과정을 공식화하는 워킹그룹을 갖게 됐다"면서 “(워킹그룹 출범으로) 우리는 서로 딴소리를 하지 않고 상대방이 모르거나 의견과 생각을 제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우리나 한국이 단독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거꾸로 그동안 한미 양국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조율과정에서 서로 딴소리를 하고 상대가 모르게, 또 사전 의견 조율 없는 일방적 말과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공식’ 확인해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것이 우리 측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이끄는 워킹그룹의 목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미워킹그룹의 ‘역할’과 ‘기능’이 한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의 사전 조율 없이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진전시키는 데 대한 제동장치라는 것을 미국 정부가 발표한 것과 다름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완전한 조화를 한국 측에 요구했다"면서 “한국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관계의 증가량에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美,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발언에 큰 충격"...'아세안 순방'에서는 '대북제재 완화' 발언 안한 文대통령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지난 9월 1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한 한미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항의한 적이 있다.
   
중앙일보는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미 국무부가 최근 한국에 화가 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재 완화 발언에 대한 큰 충격이 있었다"며 "북한이 협상을 기피하고 실질적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한미 비핵화 공조체제에 균열이 갔다고 심각하게 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순방과 달리, 최근 참석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대북제재 완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미국 행정부의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감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브피링에서 ‘이번 순방에서 미·중·러 정상들과 대화할 때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일괄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미·중·러 (정상) 만나면서 양자와의 관계 또 그 나라가 맺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제재 문제에 대해 내용과 형식에 맞춰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런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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