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창리 서해발사장과 인근 건물에서 차량과 장비 등의 움직임이 민간위성에 의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지난 11월 30일 보도했다. 사진은 동창리 서해 발사장의 발사대 뒤쪽 그림자 안에 5~6개의 새로운 물체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으로, 차량과 장비인 것으로 VOA는 추정했다. 사진=VOA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고체 연료를 쓰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 김정은이 미국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새로운 길의 일환이 될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12월 5일(현지시각) "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전에 없던 움직임이 보인다"며 "북한이 인공위성이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리기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도 동창리 엔진 실험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튿날 "관련 시설을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정찰·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역시 對北(대북)정찰을 강화하고 있다. 미군 정찰기인 RC-135S 코브라볼(콜사인 타미09)과 RC-135V 리벳조인트(콜사인 토라24)가 6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미군이 동창리 엔진 실험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우리 군과 미군, 미국 언론까지 동창리를 주시하는 이유는 이 활동이 지난해 6월 미북 정상회담과 9월 남북정상회담의 대표적인 성과인 '동창리 시설 영구 폐쇄 약속'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움직임이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실험일 수 있다는 점은 더 우려스럽다.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봐왔다. 액체 연료 대신 고체 연료를 쓰면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 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동식 발사가 가능해진다. 또 고체 연료는 위험하고 부식을 일으키는 액체 연료보다 오랫동안 미사일 내부에 보관할 수 있다.
 
고체 연료는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직결돼있다. 진정한 의미의 이동식 발사를 위해선 고체 연료를 써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발사 전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일으켜 세운 후 액체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현 시점에서 북한이 이동식 발사를 하지 못한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그간 북한은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9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북한이 함흥 미사일 공장 등에서 활발하게 고체 연료 생산과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3월 "고체 연료 미사일 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8월 북극성-1형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수중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2017년 2월 북극성-1형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10월 발사한 북극성-3형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의 경우 3단 고체 연료 추진체 미사일로 평가됐다. 이처럼 고체 연료 기술 향상에 집중해온 북한이 이제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 엔진 시험에 나설 정도로 기술 수준을 높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체 연료 대륙간 탄도 미사일 엔진 시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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