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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6월 26일 열린다.
이날 결정될 위원회 권고의 강제성은 없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이를 거스른 적이 없다는 점에서 결론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삼성 총수'의 운명을 판가름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우리 경제에 초대형 불확실성 악재가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병은 합법" 이미 민사에선 결론...재계·학계 일각 "형사 기소는 검찰권 남용 무리수"
삼성은 물론 재계와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에 대해 ‘기본적인 기소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종목 시세)를 고의로 조작해 합병 비율을 왜곡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지만, 이는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문제없는 합병'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지난 2017년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무효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민사소송에서 이미 '문제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검찰이 또다시 형사 기소를 고집하는 것은 '검찰 권한의 남용'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또 검찰이 주장하는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서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미래의 주가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인데, 당시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가장 유리한’ 주가를 삼성이 선택했다는 기본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증권을 동원했다거나 골드만삭스에 SOS를 요청했다는 등의 의혹은 입증할 근거가 전혀 없거나 기업의 정상적인 IR 활동마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억지'라는 게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반박이다.
최준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바이오와 물산 합병 두 건이 다 승계와 연관있다 보는게 검찰 시각인데, 이건 오해"라며 "삼성바이오는 IFRS(국제보험회계기준) 회계 기본원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빚어진 사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삼성물산 사건은 어차피 주주총회를 통해 잘 해결된 문제다. 가장 이해관계 있는 사람들인 주주들이 3분의 2가 찬성했는데 왜 문제가 되냐"며 반문하면서 "합병비율이 문제라 하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정확한 비율 계산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기소 결정땐 삼성 대외신인도 추락 우려…바이오 투자 등 '직격탄'
수사심의위 결과와 무관하게 실제로 검찰 기소가 이뤄진다면 삼성은 물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바이오 산업과 해외건설 프로젝트 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직접적인 대상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의 경우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바이오 산업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과 해외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 등을 위해 당장 올해부터 2023년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은 외부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나 공모사채 발행에는 금융감독당국의 증권신고서 수리가 필수적인데, 검찰 기소로 인해 회계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 이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또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은행 차입과 사모사채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이 현재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복합 엔터테인먼트 개발 사업'(9조원 규모)과 '네옴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500조원 규모) 등이 사법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해외 공사 프로젝트의 경우 회사나 경영진의 재판 내역을 입찰 요건으로 요구하는 게 업계 관행이고, 특히 이는 수주 심사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부 유출도 우려된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승인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최소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 소송을 제기했는데, 검찰 수사팀이 주장하는 의혹이 엘리엇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검찰 기소가 현실화할 경우 ISD 소송에서 엘리엇에 유리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4년 넘는 사법리스크...무죄 나와도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몫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내릴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론을 낼지는 미지수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삼성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고 이를 검찰이 수용해 불기소로 가닥이 잡히거나,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오랜기간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피해는 고스란히 이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의 몫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무려 3년7개월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에 무려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이나 받았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무려 80차례 열렸고,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1심에서만 53차례를 포함해 총 70여차례에 달했다. 특히 오전에 시작된 재판이 다음날 새벽에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재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검찰수사도 1년 8개월이나 이어지고 있다.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수사를 끌어온 검찰이 책임 회피를 위해 '판결이나 한번 받아보자'는 식으로 기소하는 것은 오히려 더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나중에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기업의 피해는 회복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총수 역할을 해 온 지난 6년 중 첫 2년여를 제외한 이후 4년여를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셈"이라며 "검찰이 또다시 비슷한 사안에 대해 기소를 강행한다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