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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하는 '1인용 식탁'은 윤고은 작가가 쓴 단편 소설 '1인용 식탁'(2010)을 연극으로 조리했다. 사진=뉴시스 |
엉덩이는 아직 객석에 붙어 있는데, 마음은 벌써 고깃집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사각 링 같은 무대 위에 식탁 네 개가 차려지고 각각의 자리에서 10여분 동안 실제 고기를 구워먹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각은 물론 후각·청각이 강력하게 자극된다.
혼자 먹는 밥이 일상화됐지만 '혼밥계의 에베레스트 등정'과도 같은 '고깃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기'는 감히 시도할 수 없었는데 용기가 찾아왔다.
주인공 '오인용'을 비롯해 네 인물은 안면이 있는 사이들이지만 합석은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식탁을 감당하고 즐긴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위로도 빼꼼 얼굴을 내민다.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하는 '1인용 식탁'은 윤고은 작가가 쓴 단편 소설 '1인용 식탁'(2010)을 연극으로 조리했다.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다니는 오인용 이야기다. 이 소설이 발표된 10년 전에는 '혼밥'이라는 용어가 따로 없었던 때다. 2015년 전후로 '혼밥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1인용 식탁'도 다시 조명됐다.
밥을 혼자 먹는 것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시선이 현재 다소 무뎌지기는 했다. 하지만 고기를 지글지글 구워먹어야 하는 고깃집,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야 하는 파스타 레스토랑, 생선살 몇 점을 깻잎에 넣고 야무지게 씹어먹어야 하는 횟집에서 혼밥은 아직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오진 작가가 각색하고, 창작집단 라스(LAS)의 이기쁨 대표가 연출한 연극 '1인용 식탁'은 '혼밥'을 너머 '혼자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제도적으로 여전히 불편한 시대를 톺아본다. 진정한 혼자의 삶을 이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고기를 굽는 장면을 비롯해 음식이 등장하는 공연물이 '1인용 식탁'이 처음은 아니다. 음식이 실제 등장하는 연극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다. 실제로 고기 굽는 냄새가 공연장 내에서 진동한다.
프라이팬에 실제 굽는 문어 모양의 비엔나 소시지, 가다랭이포를 얹은 고양이 맘마 등의 냄새가 퍼질 때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 동명 일본 만화를 뮤지컬로 옮긴 '심야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먹는 장면이 공연 시작 전이나 중간에 등장해 공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 다른 작품과 달리 '1인용 식탁'은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다.
물론 관객 입장 전부터 오인용이 스마트폰으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형님'을 보면서, 작은 밥상 앞에 앉아 실제 밥을 먹는 장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각자 맥주와 소주를 곁들이며 홀로 감당하는 식탁이 인정받는 풍경은 쾌감을 안긴다.
혼밥은 수많은 시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소설이 연극으로 옮겨지면서 중요하게 가져온 부분은 권투 장면이다. 실제 권투는 아니다. '수저가 올려진 밥상은 권투가 벌어지는 링과 같다. 여자는 그 위에 홀로 서서 날아오는 시선을 맞는다'라는 소설 속 문장에서 모티브를 얻은 복싱 동작을 비롯해 마임 등을 차용한다.
겉으로는 인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낯설고 공격적인 시선을 받아야 하는 혼밥 문화를 방어하는 느낌이 강하다. 배우 중에서는 혼자 고기 먹는 연습을 위해 식당을 찾아갔는데 '한명은 받지 않는다'며 거절한 식당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회식도 각자의 밥상을 비추는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하는 시대에 혼밥 소재 연극이 등장했다. 혼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 완벽한 혼밥을 꿈 꿀 수 있게 됐다.
연극 '1인용 식탁'은 혼자 밥 먹을 때 끼니를 때우는 것에 치중하며 역류성 식도염,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관객들을 위한 맞춤 처방전이다.
초반의 오인용처럼 혼자 밥 먹을 때 심리가 편안하도록 메트로놈(metronome)를 가지고 다니며 박자를 셀 필요도 없다. 나만의 템포에 맞춰 밥만 잘 먹으면 된다.
오인용 역의 김시영, 혼자 밥 먹는 것을 가르쳐주는 강사 역의 윤성원 등 배우들의 합도 쫀쫀하다. 전단지가 쓸쓸하게 휘날릴 때 영화 '영웅본색' 주제곡 '당년정'이 흐르는 등 이 연출의 위트 있는 장면 연출도 볼 만하다.
고기 굽는 냄새가 걱정된다고? 고깃집처럼 겉옷을 담을 비닐 백도 준비해준다. 밥을 굶고 가면 허기질 것이 더 걱정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 조치로 좌석 띄어 앉기 등이 진행된다.
한편 '1인용 식탁'은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20: 푸드 FOOD'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런데 두산아트센터는 이 작품을 비롯해 '궁극의 맛', '식사食事' 등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시리즈로 Space111에서 선보이는 연극을 모두 무료로 공개한다. 코로나19로 지친 관객과 창작자들을 위해서다.
두산아트센터 신가은 프로듀서(PD)는 "미완성 공연을 선보이는 두산아트랩 외에 기획 공연의 무료 공개는 두산아트센터가 개관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코로나 19라는 미증유, 전무후무한 사태에서 많이 분들이 힘들어하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출처=뉴시스
혼자 먹는 밥이 일상화됐지만 '혼밥계의 에베레스트 등정'과도 같은 '고깃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기'는 감히 시도할 수 없었는데 용기가 찾아왔다.
주인공 '오인용'을 비롯해 네 인물은 안면이 있는 사이들이지만 합석은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식탁을 감당하고 즐긴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위로도 빼꼼 얼굴을 내민다.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하는 '1인용 식탁'은 윤고은 작가가 쓴 단편 소설 '1인용 식탁'(2010)을 연극으로 조리했다.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다니는 오인용 이야기다. 이 소설이 발표된 10년 전에는 '혼밥'이라는 용어가 따로 없었던 때다. 2015년 전후로 '혼밥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1인용 식탁'도 다시 조명됐다.
밥을 혼자 먹는 것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시선이 현재 다소 무뎌지기는 했다. 하지만 고기를 지글지글 구워먹어야 하는 고깃집,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야 하는 파스타 레스토랑, 생선살 몇 점을 깻잎에 넣고 야무지게 씹어먹어야 하는 횟집에서 혼밥은 아직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오진 작가가 각색하고, 창작집단 라스(LAS)의 이기쁨 대표가 연출한 연극 '1인용 식탁'은 '혼밥'을 너머 '혼자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제도적으로 여전히 불편한 시대를 톺아본다. 진정한 혼자의 삶을 이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고기를 굽는 장면을 비롯해 음식이 등장하는 공연물이 '1인용 식탁'이 처음은 아니다. 음식이 실제 등장하는 연극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다. 실제로 고기 굽는 냄새가 공연장 내에서 진동한다.
프라이팬에 실제 굽는 문어 모양의 비엔나 소시지, 가다랭이포를 얹은 고양이 맘마 등의 냄새가 퍼질 때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 동명 일본 만화를 뮤지컬로 옮긴 '심야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먹는 장면이 공연 시작 전이나 중간에 등장해 공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 다른 작품과 달리 '1인용 식탁'은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다.
물론 관객 입장 전부터 오인용이 스마트폰으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형님'을 보면서, 작은 밥상 앞에 앉아 실제 밥을 먹는 장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각자 맥주와 소주를 곁들이며 홀로 감당하는 식탁이 인정받는 풍경은 쾌감을 안긴다.
혼밥은 수많은 시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소설이 연극으로 옮겨지면서 중요하게 가져온 부분은 권투 장면이다. 실제 권투는 아니다. '수저가 올려진 밥상은 권투가 벌어지는 링과 같다. 여자는 그 위에 홀로 서서 날아오는 시선을 맞는다'라는 소설 속 문장에서 모티브를 얻은 복싱 동작을 비롯해 마임 등을 차용한다.
겉으로는 인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낯설고 공격적인 시선을 받아야 하는 혼밥 문화를 방어하는 느낌이 강하다. 배우 중에서는 혼자 고기 먹는 연습을 위해 식당을 찾아갔는데 '한명은 받지 않는다'며 거절한 식당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회식도 각자의 밥상을 비추는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하는 시대에 혼밥 소재 연극이 등장했다. 혼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 완벽한 혼밥을 꿈 꿀 수 있게 됐다.
연극 '1인용 식탁'은 혼자 밥 먹을 때 끼니를 때우는 것에 치중하며 역류성 식도염,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관객들을 위한 맞춤 처방전이다.
초반의 오인용처럼 혼자 밥 먹을 때 심리가 편안하도록 메트로놈(metronome)를 가지고 다니며 박자를 셀 필요도 없다. 나만의 템포에 맞춰 밥만 잘 먹으면 된다.
오인용 역의 김시영, 혼자 밥 먹는 것을 가르쳐주는 강사 역의 윤성원 등 배우들의 합도 쫀쫀하다. 전단지가 쓸쓸하게 휘날릴 때 영화 '영웅본색' 주제곡 '당년정'이 흐르는 등 이 연출의 위트 있는 장면 연출도 볼 만하다.
고기 굽는 냄새가 걱정된다고? 고깃집처럼 겉옷을 담을 비닐 백도 준비해준다. 밥을 굶고 가면 허기질 것이 더 걱정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 조치로 좌석 띄어 앉기 등이 진행된다.
한편 '1인용 식탁'은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20: 푸드 FOOD'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런데 두산아트센터는 이 작품을 비롯해 '궁극의 맛', '식사食事' 등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시리즈로 Space111에서 선보이는 연극을 모두 무료로 공개한다. 코로나19로 지친 관객과 창작자들을 위해서다.
두산아트센터 신가은 프로듀서(PD)는 "미완성 공연을 선보이는 두산아트랩 외에 기획 공연의 무료 공개는 두산아트센터가 개관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코로나 19라는 미증유, 전무후무한 사태에서 많이 분들이 힘들어하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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