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 7명 중 9세 최양의 엄마 등 가족들이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관련 추궈 홍 주한중국대사 면담 요청 서한서를 우편함에 넣기 전 절규하고 있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북한인권단체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시스DB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여성 탈북민과 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서울시가 후속대책을 고민 중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탈북민들 스스로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대책 마련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탈북민이 서울시와 자치구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경찰청 등을 거치고 난 뒤부터다.
 
탈북민은 입국 후 국정원, 경찰청 등으로부터 관계기관 합동신문을 받고 이후 사회적응시설인 '하나원'으로 신병이 이관된다. 하나원은 12주(406시간) 동안 심리안정, 우리 사회 이해 증진, 진로지도 상담, 기초 직업훈련 등을 제공한다.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에게는 초기정착지원으로 가족관계 창설, 주거 알선, 정착금 지원 등이 제공된다. 영구·국민임대주택(2년간 임대차계약 해지불가) 입주권과 함께 주거지원금(1인세대 기준 1600만원, 2~4인 2000만원)이 제공된다. 정착금으로 기본금(1인세대 기준 800만원, 2인세대 1400만원, 3인세대 1900만원 등) 외에 지방거주 장려금, 취약계층 보호 가산금 등이 지급된다. 탈북민이 대학진학을 희망할 경우 특례입학이 제공된다.
 
또 중·고교와 국공립대 등록금이 면제되며 사립대 학비는 50% 보조된다. 탈북민의 취직을 위해 직업훈련·자격취득·취업장려금이 제공된다. 자산형성을 위해 미래행복통장(근로소득 중 저축액에 대해 정부가 동일 금액을 매칭해 지원)을 가질 수 있다.
 
거주지를 정한 탈북민은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의 도움을 받는다. 하나센터는 실생활 현장체험, 취업가능자 취업실제, 여가문화활동, 심리·정서 집단상담, 지역사회 현장체험, 교육 진학지원, 취업지원, 생계지원, 의료지원 등을 제공한다. 하나센터는 전국에 25개가 있다. 그 중 서울 안에만 4곳이 있다.
 
정착 후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면 자치구 등 기초지자체 등에 요청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 생계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텔레비전, 전기주전자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치과치료, 감염성 질환 검사, 대사증후군 검사 등을 제공한다. 탈북민은 매달 열리는 서울시민되기 길라잡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 직장힐링캠프, 북한이탈주민 정신보건(마음돌봄) 등 행사도 마련된다.
 
이처럼 정착 관련 제도가 비교적 촘촘하게 마련돼있지만 정작 탈북민들은 제도상 혜택을 받기를 꺼리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주지 보호기간인 5년이 지난 탈북민은 당초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 탈북민이 아닌 한국 국민으로서 살아가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년이 지나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경우라도 가능하면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탈북민 지원 담당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서울시내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 5년 넘게 관리할 수 있지 않냐 물어보니 오히려 (관리를) 원치 않는 분들이 많다"며 "'언제까지 북한이탈주민이란 낙인을 갖고 있어야 하냐'면서 남한 주민으로 살고 싶은데 왜 자꾸 관리하냐고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상 서울시로 전입한 탈북민을 하나센터를 통해 관리하는 기간은 5년"이라며 "기간이 지나면 어떤 분들은 탈북민이라는 사실 자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인지 감시당한다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연계를 끊으려고 하는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 관계자도 "탈북민이 초기 정착할 때는 지역에서 이웃들과 어울리겠지만 거주지를 옮길 때도 (탈북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자치구 탈북민 지원 담당자는 "북한이탈주민이 우리나라에 온 뒤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라며 "이분들도 자신을 북한이탈주민으로 보는 시선을 안 좋아한다. 그냥 우리 국민으로 보는 게 맞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착 후 일정기간이 지난 탈북민들은 스스로 탈북민임을 밝히면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얻어내는 것을 꺼린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탈북민을 백안시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시선 역시 이들이 자신의 출신을 숨기려는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정착 후 일정기간이 지난 탈북민이 탈북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요청하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있긴 하지만 실상 탈북민이 복지서비스 뒷받침 없이 우리나라에서 자립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취업난은 탈북민에게 한층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이번에 숨진 탈북민 역시 취업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한 자치구 탈북민 담당자는 "청년층이 취업이 잘 안되는데 이분(탈북민)들도 똑같다. 취업이 안 돼 힘들어하신다"며 "3D영역에서 일을 많이 하니 생활력이 강한데도 취업이 잘 안되니 힘들어 하신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취업이 잘 안 되고 취업이 돼도 1~2개월 만에 잘리다보니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에 참석하신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이 경제적으로 도와 달라는 것"이라며 "관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취업을 지원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찾동 담당자도 "실제로 탈북민이 한국에 정착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는 어렵다. 청년들도 일자리 문제로 어려운데 탈북민은 선택지가 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지원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자치구 탈북민 담당자는 "입국 후 5년이 지나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서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며 "하지만 적응을 잘 못하거나 생계유지가 잘 되지 않으면 10년까지 지원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 찾동사업 관계자는 "서울시 찾동 관련 부서들끼리 모여서 어떤 지원을 연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현 시스템에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중앙과 시, 구, 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에서 탈북민 거주자가 가장 많은 노원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 지원 관련 전수조사를 추진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구청 탈북자관리부서가 총괄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관악구 탈북민 사망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서 정기 방문 등 실태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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