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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9 아동학대예방, 우리 아이를 위한 따뜻한 한마디 캠페인'에서 한 어린이가 제일 듣고 싶은 말로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해'를 선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제한하는 쪽으로 민법을 개정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가운데 경찰이 '아동학대 수사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에 배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매뉴얼에는 훈육과 학대의 모호한 경계를 해석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기준과 외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정서적 학대 등에 대한 접근 방향 등이 들어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은 91페이지 분량으로 아동학대의 개념, 유형, 수사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판례의 태도 등을 고려해 기존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학대 유형이나 사례 폭을 넓히는 등 기준을 보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매뉴얼에는 상황과 관점에 따라 해석이 상이할 수 있는 '훈육'이나 외적 상황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정서적 학대' 등에 대한 접근 방향이 언급됐다. 아동학대 수사 과정에서 훈육은 가장 많이 제시되는 항변이라고 한다. 훈육과 학대의 구분은 경계가 모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다.
매뉴얼에 따르면 훈육은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또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최후적 수단으로 이뤄졌어야 하며, 방법 또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
또 원칙적으로 폭력은 학대가 될 수 있고, 설령 훈육의 목적·수단·방법이 적절해도 신체에 상처가 생기거나 아이의 발달에 해를 끼지는 정도라면 그 또한 학대로 해석될 수 있다. 훈육을 명목으로 아동을 주먹으로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손바닥 자국이 남도록 체벌한 경우는 물론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훈육을 하는 경우까지도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식이다.
아동이 울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교사가 교실 불을 끄고 문을 닫은 채 1시간 동안 방치하는 등의 경우 또한 경찰이 보는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매뉴얼에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인 '정서적 학대'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물리적 상해가 없는 피해 등에 대해서도 아동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어적 폭력행위, 아동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또는 강요를 하는 행위, 정서적 위협, 형제·친구 등과 비교·차별·편애·왕따를 시키는 행위 등은 고의가 없어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현행 민법상 허용된 ‘자녀 징계권’이 실제 형사 재판에서는 어떻게 적용돼 왔을까. 이른바 '징계권'으로 불리는 민법 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하거나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 허가를 얻어 감화·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명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랑의 매' 일환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도 민법상 친권자의 권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재판에서는 폭행이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모들이 징계권을 근거로 무죄를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형법이나 아동복지법상 자녀를 폭행·학대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데, 민법상 징계권을 근거로 실질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이를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2년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고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지만 건전한 인격 육성을 위해 필요 범위 안에서 상당 방법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관련 사건 하급심에서도 교육 의도나 사회 통념 등을 근거로 체벌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는 최근 16세 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컴퓨터 게임만 하던 아들에게 잔소리했고, 아들이 대들자 뺨을 한 차례 때렸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한 화풀이가 아닌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이고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 속하는 행동이라고 봤다.
도둑질 버릇을 고치겠다며 파리채로 딸을 수차례 때린 부모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합의1부는 지난 2012년 7월 김모씨의 폭행 등 혐의 사건에서 징계권 내 체벌을 인정했다.
하지만 징계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명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랑의 매' 일환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도 민법상 친권자의 권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재판에서는 폭행이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모들이 징계권을 근거로 무죄를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형법이나 아동복지법상 자녀를 폭행·학대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데, 민법상 징계권을 근거로 실질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이를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2년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고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지만 건전한 인격 육성을 위해 필요 범위 안에서 상당 방법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관련 사건 하급심에서도 교육 의도나 사회 통념 등을 근거로 체벌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는 최근 16세 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컴퓨터 게임만 하던 아들에게 잔소리했고, 아들이 대들자 뺨을 한 차례 때렸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한 화풀이가 아닌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이고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 속하는 행동이라고 봤다.
도둑질 버릇을 고치겠다며 파리채로 딸을 수차례 때린 부모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합의1부는 지난 2012년 7월 김모씨의 폭행 등 혐의 사건에서 징계권 내 체벌을 인정했다.
김씨는 당시 9세였던 딸에게 물건을 훔쳤는지 묻던 중 화가 나 효자손이나 파리채로 딸을 폭행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자꾸 물건을 훔치는 딸을 훈계하려는 목적이었고, 아버지로서 딸을 징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당 정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존 민법상 징계권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에는 자녀에 대한 체벌·징계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부모라면 당연히 체벌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존 민법상 징계권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에는 자녀에 대한 체벌·징계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부모라면 당연히 체벌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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