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14일 오전 1심 선고공판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이며 사실상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라며 "이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상황에서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안희정-김지은 두 사람이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당시 최초 성관계가 있었는데 다음 날인 작년 7월 30일, 김씨는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식당을 찾기 위해 힘썼고 김씨는 귀국 후에도 안 전 지사가 다니던 미용실에서 머리손질을 받은 사실 등을 볼 때 김씨가 성폭행 당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두번째 성관계를 가졌던 지난해 8월 13일 당시에도 김씨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김씨가 성관계 이후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들을 보면 김씨가 성폭행 당한 피해자로 인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씨는 지인들에게 "지사님 말고는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 못한다" "안희정 지사가 나를 지탱해주니 그것만 믿고 가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었다. 검찰은 지난 7월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한 중대범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대선 당시부터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이번 1심 판결로 안 전 지사는 기사회생(起死回生)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1심 판결 후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항소심에서 충실히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항소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과연 이 사건의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까. 최종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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