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민(22)씨와 딸 [구세군두리홈 제공]
 
-- 미혼모복지시설 ’구세군두리홈’ 설립 90주년
 
박수민(가명·22) 씨에게 아기가 생긴 건 재작년 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시원에 살며 일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때였다. 어느 날 몸이 너무 안 좋아 병원에 가보니 임신이라고 했다.
 
일자리가 없는 날이 많았고 돈은 점점 바닥났다. 미혼인 데다 출산과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마음 놓고 상의할 상대가 없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기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꼭 낳아서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찾은 곳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미혼모 복지시설 구세군두리홈이다.
 
작년 1월 구세군두리홈에서 낳은 딸이 벌써 22개월이다. 몸조리한 뒤 지금은 공동생활시설인 구세군두리마을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사이 가죽공예를 배워 일하고 복지관 두 곳에서 강의도 한다.
 
공방을 차리는 게 꿈이라는 박 씨는 "혼자 키웠으면 모르는 게 많아 힘들었을텐데 다른 엄마들이 많이 알려준다. 아기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국내 첫 미혼모복지시설인 구세군두리홈이 올해로 90주년을 맞았다. 1926년 설립된 구세군여자관이 모태다. 2008년 새로 지은 이름에는 ’하나(미혼모)가 둘(엄마와 아기)이 되고 둘이 하나(한가족) 되는 가족 공동체’라는 목표를 담았다.

구세군두리홈에 입소하면 우선 각종 검사와 교육 등 건강한 출산에 필요한 산전관리를 받는다. 분만 이후에는 예방접종과 ’베이비요가’ 등 아기를 위한 프로그램은 물론 양육교육 과정도 마련돼 있다.

분만과 몸조리를 끝낸 이후에는 두리마을에서 길게는 3년 동안 생활하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상태로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모는 2만4천487명. 연령별로는 30대가 8천839명으로 가장 많지만 24세 이하 청·소년 미혼모도 2천279명이나 된다.

특히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젊은 나이에 덜컥 아기가 생기면 낙태나 입양을 택하기 쉽다.

이 때문에 구세군두리홈은 출산 이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애쓰고 있다. 자체 매장을 두고 바리스타·제과·제빵 등 직업훈련 과정도 운영한다.

양육에 중점을 둔 지원 덕택에 구세군두리홈에서 출산한 미혼모의 90% 정도가 아기를 직접 키운다.

추남숙 구세군두리홈 원장은 "양육할지, 입양 보낼지 정하지 못한 채 입소한 친구들도 양육하는 엄마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 키우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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