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센인 낙태ㆍ단종, 일제만의 만행 아니었다"
 
"(한센인들이) 태아가 담긴 유리병을 보면 충격받지 않겠습니까. 임신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가 30일 정부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했던 한센인의 비극을 공개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프로그램은 우생학을 내세워 낙태(임신 중절 수술)나 정관 수술을 강제한 것이 일본 제국주의만의 만행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다.
 
제작진은 1997년 소록도 인체해부실의 인체 표본 유리병들을 촬영한 사진 29장을 입수해 일부를 공개했다.
 
유리병 122개 중에는 출생 직전의 태아 시체가 담긴 유리병 14개도 있었다.
 
1960년대 소록도 의료보조원으로 일했던 한 남성은 제작진 인터뷰에서 태아 유리병 표본이 한센인들은 출산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임신 사실이 발각되면 주사를 맞은 뒤 태아를 사산했다는 여성 한센병력자들과 어떤 동의도 없이 정관 수술을 당했다는 남성 병력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등장했다.
 
제작진 취재에 따르면 소록도에서만도 정관 수술은 1992년까지, 임신 중절 수술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이뤄졌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생학적 인식이 엿보이는 모자보건법 14조를 언급하면서 "소록도뿐 아니라 전국 6개 국립 병원서 행해진 단종과 낙태 등 잔혹한 차별 정책의 바탕에는 이런 정부의 지지와 믿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은 한센인 500여 명이 지난 2011년 제기한 소송에서 수술 강제성을 부인하며 계속 항소하는 현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MC 김상중은 "정부 역시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수술에 동의했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면서 "또 수술에 참여했던 의료보조원들은 우리와의 만남에서 단종과 낙태는 당시 보건사회부, 즉 정부 방침이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피해자들이 숨질 때까지 시간을 기다리는 졸렬한 방법과 과오를 인정하고 정면 돌파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정부의 조속한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방송은 6.6%의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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