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양인 조이 정그리씨, 한국서 친부모 상봉
 
"미안해, 미안해… 너무 예쁘게 컸구나."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입양가정지원센터. 상담실 문이 열리고 조이 정그리(Zoey Zungri·여·22)씨가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섰다. 안에 있던 두 중년 남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그리씨를 와락 끌어안은 여성은 젖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그리씨는 미소가 살짝 밴 얼굴로 여성을 마주 안았다. 남성은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기조차 어려운 듯 고개를 숙이며 눈물만 훔쳤다.
 
23년 전, 태어난 지 1년도 안 돼 친부모 손을 떠나 먼 타국으로 입양된 한 아이가 어른이 돼 친부모를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 딸은 처음 만나는 친부모에게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정그리씨는 1992년 8월8일 이모(51)·최모(44·여)씨 사이에서 ’이효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구순구개열(언청이)이 있는 아이였지만, 당시 집안 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이씨 부부는 장기간 치료비를 댈 여력이 없었다.
 
딸의 앞날을 고민하던 부부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했다. 병원을 통해 홀트아동복지회라는 기관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해 9월28일 아이를 맡겼다. 아이가 태어난 지 불과 50일 만의 생이별이었다.
 
이듬해 4월 말, 미국으로 건너가 한 교사 부부에게 입양된 효빈이는 ’조이 정그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양부모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아이를 입양하자마자 구순구개열을 치료했고, 수양딸에게 "너는 이효빈이라는 한국 아이였다"고 알려주며 틈나는 대로 한국 문화행사에 데려가 모국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자상한 부모 밑에서 모국을 어렴풋하게나마 의식하며 성장했고, 때마침 한류 열풍이 불자 ’어머니 나라’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졌다. 빅뱅, 슈퍼주니어, 비스트 등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노래와 춤이 좋았다.
 
꼭 한번 한국을 방문해 친부모를 만나겠다는 바람은 대학을 졸업한 올해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외국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2015 해피 투게더’ 모국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정돼 최근 한국을 찾았다.
 
’날 낳은 친부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정말 친부모를 만나리라고는 확신하지 않았다. 일정이 잡히고서야 상봉을 실감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그리씨를 떠나보내고서 삼 남매를 낳아 키우던 이씨 부부는 이후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 평소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23년 만에 처음 ’맏딸’을 만나는 일을 계기로 두 사람도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정말 귀엽게 잘 컸다"며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 차마 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천장만 바라보는 아버지 사이에서 정그리씨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할 말을 많이 준비해 왔는데 한 마디도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는 정그리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친부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국 생활을 담은 사진첩도 선물했다. 미국에 있는 양부모가 사진첩 만드는 일을 도와줬다고 했다. 아버지 이씨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생들과 연락하고 싶다"는 정그리씨에게 어머니 최씨는 "군대에 있는 큰아들이 11월에 휴가 나오면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정그리씨는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웃었다.
 
친부모를 만난 기분을 요약해달라고 하자 정그리씨는 이렇게 답했다.
 
"감사하고(thankful), 행복하고(happy), 놀라워요(amazed)."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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