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세 여성이 라디오 방송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주인공은 이라(37), 에바(30·본명 에브 시나피), 김은애(24) 씨.

이 씨는 몽골에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2003년 한국에 왔고, 에바 씨는 2007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프랑스어 강사로 왔다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며 정착해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MBC라디오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 방송인이다.

태어나 자란 나라도 다르고 나이도 6-7살씩 차이이 있는 이 세 여성이 뭉친 것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들을 수 있는 즐거운 방송을 같이 해보자는 뜻에서였다.’

 
왼쪽부터 이라, 에바, 김은애 씨.

처음 깃발을 올린 것은 김 씨였다. 대학 때 몽골학교에서 한국어교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캄보디아에서 배낭여행을 하고 인도네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그는 평소 아시아와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다문화 관련된 봉사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주변에 이주여성들을 보니 잘 살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힘들게 사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이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송을 해보면 어떨까, 라디오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다문화 관련 인터넷 카페에 방송을 같이 해보자는 글을 올렸는데, 에바 씨에게서 연락이 왔죠."
김 씨는 뜻깊은 인연의 시작을 이렇게 소개했다.

에바 씨는 "원래 방송에 관심이 있었는데,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을 위해 유익한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애 씨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어 이주여성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고 활동이 왕성한 이라 씨에게 연락을 했다. 경기도의원에 비례대표로 선출돼 지난 6월까지 4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 씨는 마침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그 역시 이주여성과 외국인들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흔쾌히 합류했다.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세아이’(www.podbbang.com/ch/7589)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처음에 제목을 고민할 때 ’이주여성의 수다’가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는데, 우리 청취자가 남성도 되고 유학생도 될 수 있으니까 폭넓게 가자고 얘기했어요. 뜻도 좋고 줄임말로도 좋은 단어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세상의 아름다운 아이- 세·아·이’란 제목이 나왔죠. 저희가 아이는 아니지만(웃음),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해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자는 의미에서 딱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문적인 방송 기술을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은 손쉽게 녹음하고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팟캐스트 방식을 택했다. 내용은 특별한 게스트를 한 명 초대해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와 고국,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게스트가 추천한 고국의 노래나 애창곡 등을 중간에 들려주기도 한다.

지난 5월 첫 회에 베트남 출신 여성 연기자 흐엉 씨가 나온 것을 비롯해 2회에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인나 씨, 3회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영화배우 딜도라 씨. 4회는 인도네시아 유학생 페르니 씨, 5회는 대만에서 온 이주여성 황의순 씨, 6회는 방글라데시 출신 배우 겸 가수 방대한 씨가 출연했다.

기자가 녹음 현장을 찾아간 날에는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 이해응 씨가 게스트로 나왔다. 중국의 유장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에 푹 빠져있는 사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타지에서 살며 겪는 어려움을 서로 잘 알기에 녹음 현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 눈물바다가 되기 일쑤다. 지난 방송에서 방대한 씨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에는 다들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함께 눈물짓기도 했다.

게스트 섭외와 대본 준비, 편집까지 세 명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다들 본업이 있어 짬짬이 하는 데다 녹음과 편집에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려 아직은 정기적으로 방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은 한 달에 한두 편 만드는 게 고작이다.

무료로 출연해주는 게스트의 사정에 따라 세 사람이 모두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돈이 나오는 일도 아니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세 사람 모두 이렇게 열성으로 나서는 이유가 뭘까.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방송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요. 게다가 방송을 들은 많은 분들이 댓글로 응원해주고 다음 방송을 기다린다고 하니까 힘이 나요. 외국인으로서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한국인들에게 여러 문화를 소개해주면서 서로의 소통과 공감을 돕고 싶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함께 들었으면 좋겠어요."
 세 사람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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