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만년설 사이로 걷는 환상적인 능선길.
 
여름에도 만년설을 이고 있는 초카이산(鳥海山·2236m)은 일본 야마가타(山形)현을 대표하는 산이다. 산정의 매끈한 자태가 후지산(富士山)을 닮아서 데와후지(出羽富士)라 불리고 일본 백명산(百名山)으로도 꼽힌다. 바다로 향하던 산마루가 하늘로 솟구쳐 비단결처럼 흐르는 도호쿠(東北) 최고의 명산이다.

초카이산이란 이름은 산세가 새와 닮았다는 설과 산정에서 사는 희귀한 새와 큰 호수라는 설이 있지만,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예로부터 산악신앙이 발달해 높은 산과 새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그 가운데 삼족오를 가장 신성시했다는 것이다.

야마가타현과 아키타(秋田)현에 걸쳐있지만 정상은 야마가타현 유자마치(遊佐町)에 있다. 화산 분출로 생겨난 정상 신잔(新山)은 빙하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어 색다른 풍광을 자아낸다.

특히 초여름에도 잔설이 두텁게 쌓여있는 초카이호수(鳥海湖 1,700m)를 수놓은 야생화는 천상화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거북이 등처럼 산세도 부드러워서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순백의 만년설과 야생화 사이를 걷는 맛이 그만이다. 만년설 녹은 물은 얼음처럼 차가운 용출수로 솟아나서 여름에도 커다란 굴 이와가키(岩がき)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 한 여름에도 맛 볼 수 있는 자연산 굴 이와가키.

 








 

 

 

 
 
 
 
 만년설과 야생화 사이를 걷는 트레킹
 
신록의 초카이산은 후쿠라구치(吹浦口 1,080m)의 오타이라(大平)를 들머리로 해서 초카이호수를 거쳐 기사카타구치(象瀉口1,160m)의 호코다테(鉾立)로 내려서는 4시간 30분짜리 코스가 좋다. 산악신앙의 태동기부터 많은 이들이 찾던 곳으로 가장 오래된 길이기도 하다. 야마가타현 유라리(遊樂里) 온천호텔에서 버스 서비스도 해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
 
유라리 온천호텔의 버스를 타고 초카이산의 풍광을 조망하면서 블루라인을 올라서면 트레킹 기점인 후쿠라구치다. 산 조릿대가 이불처럼 펼쳐진 오름길로 들어서면 오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숲길이 반겨준다.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너도밤나무와 산 조릿대가 어우러진 숲에서 만년설을 만난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계곡을 따라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지지만 크게 숨을 들이쉴 때마다 짙은 숲 향기가 기분 좋게 콧속을 파고든다. 어느새 산길 주변은 여기저기 수줍은 듯이 야생화가 고개를 내민다. 작고 앙증맞은 꽃들은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눈이 녹고 나서 피어나는 하얀 꽃 학산이치게(白山一花), 보라색 시라네아오이(白根葵) 등이 숲길 주변에 융단처럼 펼쳐진다.
 
초카이산 상징인 별 모양의 작은 꽃 초카이후스마(鳥海衾)는 아쉽게도 산 정상 부근에서만 서식한다. 야생화는 노란 원추리가 피는 7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주단을 깔아놓은 듯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은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단풍철이 지나면 많은 눈이 내리고 설국이 시작된다.

 
   
▲ 호수 주변을 치장한 야생화가 한 폭의 그림이다.
 
얼핏 보면 치마를 두른 듯 늘어선 숲길을 따라 한 걸음 더 올라서면 시야가 트이면서 푸른 바다가 발걸음을 돌려 세운다. 초록 숲 너머로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뿐이다.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넉넉한 길이다. 수평선이 그려낸 한줄기 획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5고메(五合目)를 넘어서면 고원지대를 실감케 한다.
 
합목(合目, 고메)은 산의 높이를 10등분해서 현재 고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표식이다. 숲을 헤치고 완만한 능선을 오르자 키 큰 너도밤나무가 사라지고 허리춤에 오는 산 조릿대 일색이다. 이제부터는 야생화처럼 거센 바람도 몸으로 다 받아내야 한다. 
 
   
▲ 숲길을 벗어나면 은빛으로 빛나는 순백의 설원이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눈 덮인 산정까지 조망되는 환상적인 능선
 
만년설이 녹아 차가운 용출수가 만들어 낸 시냇물을 건너 넓은 초원에 이르자,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순백의 설원이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초원사이로 하얀 길이 구비 구비 이어진다. 만년설과 야생화와 바다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하모니가 가슴 벅찬 감동으로 밀려온다. 천국이 따로 없다. 꿈꾸듯 나타난 설원을 조심스럽게 가로지르는 기분이 몽롱하다.
 
6고메 시미즈노오카미(淸水大神)까지 만년설과 야생화가 초원을 따라 끝도 없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화산 분출로 생겨난 화산석도 한몫 거든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날씨 변덕이 심한 고산지대라 안개가 많이 끼고 비바람이 잦아 채비를 단단히 하는 편이 좋다. 맑은 물이 흐르는 시미즈노오카미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설원 길이다. 초여름에 설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넓고 평탄한 능선을 다시 올라서자 야생화와 설원 너머 백호의 무늬를 입고 당당하게 서있는 초카이산이 한 눈에 가득 들어온다. 산정을 수놓은 하얀 눈이 영락없이 꽃(花) 모양새다. 산정에도 하얀 눈꽃이 핀 것이다. 초카이호수까지는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사이로 산정을 마주하면서 걷는 환상적인 능선길이다. 유유자적 거닐다 보면 호수가 잘 보이는 능선 위에 자그마한 산장 도리노우미(鳥ノ海) 오하마코야(御浜小屋)가 나타난다. 산장 주변은 한라산 백록담을 연상시키는 칼데라의 초카이호수(직경 200m, 수심 4km)와 정상인 신잔(2,236m), 시치고산(七高山 2229m) 등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절묘한 자리다. 특히 눈으로 뒤 덮인 초카이 호수 주변을 치장한 야생화는 감동적이다. 한 폭의 그림이다.
 
정상까지 산행을 원하는 이들은 오하마코야에서 일단 센스모리(扇子森)로 올라선다. U자형 빙하 계곡인 센자다니셋케(千蛇谷雪溪)를 거쳐 정상에 있는 산장 오모노이미신사(大物忌神社)에서 짐을 풀면 된다. 정상에서 일출을 보거나 신사에서 소원을 빌기 위해 산을 오르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정상은 산장 뒤에 솟아 있다. 정상까지 페인트로 길 표시가 잘되어 있지만 바위가 많은 지역이라 조심해야 한다. 산장에서 정상까지 20분 남짓. 화산석의 독특한 풍광과 시원한 조망이 좋다. 산행 들머리인 후쿠라구치에서 정상까지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능선에 올라서면 백호 무늬를 입고 당당하게 서있는 초카이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색다른 맛을 주는 하산 길
 
도리노우미 오하마코야에서 초카이호수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산장 옆으로 나있는 오하마 신사 뒷길로 내려섰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넓은 길을 따라 기사카타구치의 호코다테로 방향을 잡는다. 이제는 만년설과 초원을 번갈아서 가로지르는 풍광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돌을 깔아 다져놓은 틈 사이로 미야마긴바이(深山金梅)가 나와서 인사를 나눈다. 산장에서 30분 정도 내려서면 산기슭에 포근히 안긴 사이노카와라(賽ノ河原)가 화산석과 만년설 사이에 제대로 터를 잡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마시는 용출수 한 잔에 청신한 기운이 옴 몸을 감싼다. 청정지역에서 만나는 천연수라 맛이 좋다. 만년설이 발목을 잡는 산등성이를 돌아 내려서면 활발한 화산활동이 반복되면서 새롭게 형성된 이나쿠라다케(稻倉岳 1,554m)가 반겨준다. 신잔과 산세도 다르고 색감도 다르다. 고도가 낮아서 만년설보다는 신록의 기운이 형형하다. 색다른 맛이다.
 
계곡을 빠져나오자 편안하게 숲길이 이어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나쿠라다케 나소(奈曽)계곡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하얀 비단결 같다. 독특한 지형으로 인해 평원에서 계곡으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트레킹 기점인 호코다테 주차장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오는 전망대에서 뒤 돌아 본 초카이산은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하산 길이 마냥 즐겁다.

 
   
▲ 만년설과 어우러진 화산석이 색다른 풍경을 자아내는 사이노카와라.
 
   
▲ 화산석의 독특한 풍광과 시원한 조망이 좋은 신잔 정상.
 
Bonus
초카이산 야생화
앙증맞은 꽃들이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잠시 야생화 감상하며 숨 고르기도 하고, 숲의 기운도 받아보자.
 
   
▲ 1.미야마긴바  2.무시가리  3.시라네아오이  4.학산이치게

Tip : 초카이산 정보는 브라이트스푼(http://www.brightspoon.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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