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심리전이라 무엇인가' (원제 Psychological Warfare), 사진=투나미스

2차 세계대전과 6.25 사변 당시 미국 첩보요원으로 참전했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심리전 가이드북을 출간했다. 


투나미스 출판사에서 펴낸 '심리전이라 무엇인가' (원제 Psychological Warfare)


저자인 폴 M. A. 라인바거는 책에서 전쟁은 몸뚱이가 아니라 적의 '생각'과 싸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병법을 쓴 저술가들도 이를 증언하고 있다. "전쟁은 수단만 다를 뿐, 정치와 같다"고 주장한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금언은 태곳적부터 공인된 진리를 현대식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전쟁은 일종의 설득이다. 유사 이래 심리전 없는 전쟁은 없었다. 우리는 지금도 심리전을 치르고 있다.


구약성경 사사기 7장에는 '기드온'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미디안과의 전투를 앞두고 300명을 선발한 장수로 유명하다. 수십만이나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미디안 군대를 상대해야 하는데 고작 300명을 추렸다고 성경은 기록했다. 한 명이 아쉬울 때일 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건 신의 명령이었다 치더라도 뜬금없이 항아리와 횃불이 나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300명에게 항아리와 횃불을 하나씩 들게 한 것인데 작가는 이를 고도의 심리전이라 분석했다. 미디안에 공포심을 자극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패닉 전술'


기드온은 미디안 군사가 전시 상황에서 100명당 1명씩은 횃불을 들고 싸운다는 관행을 역이용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그러니 300명이 모두 횃불을 들었다면 적군은 이를 30만명으로 추산하여 패닉에 빠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패닉같이 인간의 정서라든가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전은 예나 지금이나 자주 활용되는 프로파간다 코드다. 전시에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부대에 먹음직한 음식을 그린 전단을 살포한다거나 병력을 투입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한 장교에 욕설을 퍼붓는다거나 혹은 무의미한 명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군인에게 삶을 택하라고 종용하는 등의 백색선전은 대전의 종식을 앞당길 만큼 위력이 막강했다. 우리와 대치 중인 북한의 사례를 보더라도 확성기 방송으로 탈북을 결심했다는 증언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프로파간다는 진실로써 생명을 살린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대한민국이 완벽한 국가는 아닐지라도 북한에는 없는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신의 능력치와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라는 확신이 있기에 대북방송을 보내고 전단을 날리는 것이다.


강풍이 불면 옷깃을 더더욱 여미고 따뜻한 볕이 들면 자연스레 단추를 풀 듯, 심리전에서 적군의 회유를 유도하려면 바람의 강도를 높이는 대신 기온을 올리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다. 즉, 객관적인 전황과 사실을 근거로 부대원의 심경을 헤아리는 예리한 감성까지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대를 회유하려면 군인의 충성심과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살아야 충성도 할 수 있으니 투항하십시오!" 이성적인 판단으로 충성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사업가나 영업사원이라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고 싶을 것이고 부모라면 자녀가 옳은 길을 가도록 지도하고 싶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관계와 문제는 심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의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이제는 삶의 현장에 적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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