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에서 열린 '조국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조국의 죽어버린 정의를 묻는다' 참가자들이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9월 19일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3개 학교에서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 서울 관악구 학내 아크로 광장에서 4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대에서 열린 조 장관 규탄 집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들은 '파도 파도 거짓말뿐' '강남양파 조국 파면' '이것이 정의인가 대답하라 문재인' '또다시 촛불을' '딸! 모릅니다. 아내! 모릅니다. 조카! 모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구호를 들고 집회를 열었다.
  
집회 시작 때부터 주최 측 추산 약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참가자는 점차 늘어났고, 준비한 촛불 500개가 모두 소진됐다. 연단에서는 앞선 집회와 마찬가지로 조 장관을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도 같은 내용의 집회가 개최됐다. 고려대 4차 집회 집행부는 이날 오후 7시15분께부터 서울 성북구 학내 중앙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위선이 판치는 사회가 아닌 공명정대하고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선의 사회를 원한다"면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거짓말하는 장관님을 보고 더는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 장관을 향해 "위선으로 가득 찬 장관이 하는 말은 더는 신뢰할 수 없다"며 "우리 대학생들은 검찰 조사와 연루된 장관님의 손에 대한민국의 법과 검찰의 정의로움을 맡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의 조국 규탄 집회 역시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8시 기준 200여명이 참가했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주최 측은 낭독한 성명서를 총장실에 전달하는 한편, 교내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도 조 장관 규탄 집회가 진행됐다. 연세대에서 열린 조 장관 규탄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최측 추산 약 200명이 참가했고, 참가자들은 "조국은 물러나라" "법무장관 자격없다" "사퇴하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없었으나 민주당 등 진보세력은 지지해왔다"면서 "대학생들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인생이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번 조국 딸 입시 사건은 그런 믿음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 규탄 집회는 처음으로 '스카이(SKY)' 대학에서 동시에 개최돼 관심을 모았다. 3개 학교 집회 주최측은 공동연설문을 통해 "향후 집회는 전국대학생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나가 전국대학생연합집회를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집행부가 발표한 공동선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국가가 어떤 이념적 정체성을 추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이념보다는 정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양쪽 진영 모두에서 대형 부정부패, 비리, 위선 등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논의도 그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정농단이라는 타이틀 아래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박근혜 정권을 국민들의 한뜻을 모아 촛불로 탄핵시킨 이후 그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탄생한 정부가 지금의 문재인 정부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이 보여주는 부패와 위선은 지난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국민의 상처를 치료해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이 후벼 파고 있습니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정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이 상처는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질 것입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1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성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더 높게 존중하는 DNA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도덕적 흠결만 보여도 국민들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 이렇게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받았던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져버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단합하여 불의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분열된 국민들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그 대의는 우릴 모두가 3년 전 공유하고 동의했던 반 부정부패에 대한 목소리가 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 운동을 전개하는 주체는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오로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순수함을   지닌 청년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순수한 청년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두렵고 앞이 어둡지만, 우리가 촛불로 하나 되어 밝은 빛을 비춰 나간다면,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집회를 끝으로 더 이상 학교 단위가 아닌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 집회를 전국 대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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