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2016년 당시 시정 관련 현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광주시청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거액을 송금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인간 노무현을 지킨다는 생각에 판단을 제대로 못 해 이성이 마비돼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시장은 12월 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씨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혼외 자식들이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한다. 5억원을 빌려 달라"는 문자를 받았고,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윤 전 시장은 사기꾼 김씨에게 네 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보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경찰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김씨가 거짓으로 언급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 남매'의 취업에도 개입했다. 두 남매는 실제로는 김씨의 자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혼외 남매’로 생각했던 윤 전 시장은 두 남매 중 20대 아들은 광주시 산하기관인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에, 딸은 광주의 모사립학교에 취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이번 사건에서 ‘1인 2역’을 한 김씨의 ‘연기력’ 때문. 그녀는 권양숙 여사와 광주의 또 다른 여인 역할을 하며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를 번갈아 썼다. 결과적으로 윤 전 시장에게서 거액을 받아내고 남매 취업까지 성공하게 됐다.
        
윤 전 시장은 김씨에게 돈을 보낸 것과 관련해 '(권양숙 여사를 통해) 공천을 바라고 돈을 보낸 것 아니냐'는 뉴스1 기자의 질문에 "공천을 염두에 뒀다면 계좌 추적이 가능한 금융권 대출을 받아 송금했겠느냐. 내 이름으로 버젓이 송금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말 못 할 상황에 몇 개월만 융통해 달라는 말에 속아 보낸 것뿐"이라고 했다.
    
윤 전 시장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피해자였다. 하지만 현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한편 윤 전 시장에게 돈을 뜯어낸 김모씨는 다른 지역 유력 인사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이름까지 거론하며 사기행각을 벌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며 지역 정치인과 유력인사들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김씨는 유력인사들에게 '문재인입니다'라는 거짓 메시지를 보내 이권을 챙기려 했다고 한다.
    
김씨의 사례는 지난 10월 청와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칭범죄 관련 대통령 지시 발표문’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친인척·청와대 사칭 사기가 잇따른다는 관계기관의 보고에 따라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라 생각하고 신고해달라"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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