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대한민국 사법부가 70주년을 맞았다. 대법원은 13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학술대회, 특별전시회 등 기념행사도 열었다.
 
이날 대법원 본관 2층 중앙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재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대법관, 법무부장관, 국회 법사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양형위원장,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 각계 주요인사와 전직 대법원장, 대법관, 국민대표, 법원 가족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 정부 시절 사법농단,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도 기념사를 통해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 관여할 수 없으나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뒤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중앙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를 두고 한 쪽에서는,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영장을 대부분 기각한 것을 거론하며 김 대법원장이 말로만 ‘수사 협조’를 언급할 뿐 실제로는 법원이 아직도 개혁의지가 약하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9월 14일자 사설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 6월 15일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대국민사를 하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사법농단 수사팀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률이 90%"이라며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의 영장을 영장판사가 세 차례나 기각하고 그 틈을 타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이 핵심 증거가 될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으로 파기한 행태 등을 볼 때 법원은 ‘조직적 공범’을 자처하는 듯하다"고 썼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사법부 내부 문제를 거론하며 현직 대법원장 앞에서 ‘개혁’을 거론한 것은 ‘삼권분립 훼손’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나온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발언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조선일보가 전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관해 검찰과 사법부에 사실상의 지침을 내리고, 사법부 수장이 이에 따르겠다고 하는 것은 군사 정부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으로 국가와 국민,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내부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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