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

산뜻한 디자인의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 7∼8명이 분주히 움직이며 환자를 돌봤다. 유니폼 오른쪽 가슴의 이름표 자리에는 ’환자존중’이라는 흰색 글귀가 선명했다.

이 병동 8102호에 입원한 이영복(49)씨는 "간호사 모두 세심히 환자들을 보살펴준다"며 "거주지는 서울이고 일터가 평택인데 평택성모병원의 평이 워낙 좋아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6인실을 4인실로 개조한 8102호는 여유공간이 워낙 넓고 깨끗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평택성모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진원지라는 억울한 오명을 이렇게 벗고 있었다. 8층 병동은 지난해 5월 20일 메르스 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며 의료진이 격리되며 폐쇄됐던 곳이다.

현재 1번 환자가 입원했던 ’8104호’ 2개 병상을 제외한 8층 병동의 54개 병상은 환자로 모두 채워졌다. 

8104호는 환기구를 새로 설치하는 등 새단장하고 환자들을 받았지만 최근 메르스 발병 1년을 맞으며 언론 취재 요청이 쇄도한 탓에 환자 불편을 고려,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8층 병동 의료진은 전했다.
 


외래환자가 가장 적은 날인 목요일이었지만 1층과 2층 접수창구는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북적댔다.

창구 직원은 "목요일에도 700명 이상의 외래환자를 받고 있다"며 "외래환가가 가장 많이 찾는 월요일에는 1천명이 넘는다"고 했다. 메르스 발병 전에는 월요일 외래환자가 700여명에 그쳤다.

접수창고에는 ’중동 및 아프리카 방문하신 분은 접수 시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라는 안내판을 세워 메르스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특히 자체 진료접수증을 만들어 열이 있는 환자의 경우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에 다녀온 이력을 체크하게 한 뒤 방문사실이 있으면 병원 밖 선별진료소로 안내, 병원내 감염을 사전 차단한다.  

원무과 사무실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 일정표 20일 공란에는 빨간 글씨로 ’메르스 관련 시뮬레이션 오후 6:30 중앙원무과’라고 씌어 있었다.

시뮬레이션은 메르스 환자 발생을 가정한 훈련으로 40여분간 실제상황처럼 진행한다고 원무과 직원은 강조했다.

병원 앞 평택정문약국은 평택성모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몰리며 3명의 약사가 쉴 틈이 없었다.

이 약국 서영진(55) 약사는 "메르스 발생 전에는 하루 100명 정도 찾았는데 요즘에는 150∼160명의 손님을 받고 있다"며 "우리 약국 매출로 볼때 메르스가 전화위복이 됐는데 평택성모병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은 작년 5월 20일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뒤 같은 달 29일부터 휴원에 들어갔다.

직원 270여명은 5월 20일∼ 6월 1일 차례로 자가격리됐다가 6월 13일 자로 모두 해제됐다. 평택성모병원 입원환자 34명과 간호사 3명 등 모두 37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휴원 38일만인 7월 6일 재개원하며 다인실 운영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7∼8층 병동 6인실 15곳과 5인실 4곳을 4인실로 개조, 34개 병상을 줄였다.

병원 측은 환기구 미설치가 메르스 확산의 한 요인일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조사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 등을 감안해 8104호 등에 환기구를 새로 만들었다.

평택성모병원은 지하 2층에 지상 9층 규모로 4∼9층 병동(5층 산후조리원 포함), 1∼3층 외래, 지하 1∼2층 건강검진센터·약제실 등으로 구성됐다. 진료과는 산부인과 ·정형외과·신경외과 등 모두 13개과에 전문의가 38명이다.

평택성모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올 하반기 응급실을 리모델링, 발열환자 진료공간을 별도로 설치하고 병동 면회객 제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원=연합뉴스)


(끝)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