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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추가 변이 연구에 국가 연구 역량 모아야"

지난해 한국에서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MERS-CoV)에 변이가 있었던 것으로 공식 확인됨에 따라 이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유독 폭발적인 감염력을 나타냈던 이유를 규명하는 열쇠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이면서 사람의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에 변이가 관찰된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인 오종원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사람의 숙주세포에 결합해 증식하는 스파이크 당단백질 유전자에 변이가 있었다는 것은 낙타에서 사람,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밝혀내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이런 변이 연구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만큼 국가적인 연구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만, 이번 연구는 환자 8명의 유전자 변이 분석결과이기 때문에 변이가 실제 감염력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추론하기에는 샘플이 너무 적다"면서 "이제는 메르스 유행당시 모아놨던 환자들의 모든 검체를 대상으로 감염 순서에 따라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이런 변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는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미국 CDC 저널에 공식 보고한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논문. 국내 메르스 유행 당시 ’유전적 변이성’과 ’돌연변이율’이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다.<논문 발췌>


전문가들이 이처럼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 연구에 주목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원래 낙타의 호흡기 세포에 감염되다 중동에서 사람에게 감염되기 시작한 이후 한국에서는 사람 간 폭발적인 감염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감염력의 변화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사람의 호흡기 세포에 좀 더 쉽게 결합하는 방향으로 적응했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 연구가 중요한 것은 높았던 감염력을 규명하는 측면도 있지만, 향후 유사한 감염병 발생시 쓸 수 있는 치료제 개발 등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바이러스의 전체 변이율이 낮더라도 변이가 새로운지,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 그 변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가 감염력과 치사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려면 메르스 유행당시 수많은 2차 감염자를 만들었던 ’슈퍼전파자’를 중심으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런 연구가 가능하려면 일부 연구자나 기관이 메르스 검체를 독점하기보다는 폭넓은 공동 연구가 가능하도록 검체를 분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유전자의 변이와 질병 양상의 관계를 파악하려면 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추가 연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대원 질병관리본부 생물안전평가과 전문연구원은 "지금까지 분리된 메르스 바이러스와 다른 변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하지만, 이 변이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고, 그 영향이 어땠는지를 분석하려면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호흡기바이러스 과장은 "중국으로 나갔던 10번째 환자를 제외한 환자의 검체를 대부분 갖고 있지만, 바이러스 분석이 잘 되려면 그 양이 충분해야 한다"면서 "현재 14번 환자 등 슈퍼전파자 5명을 포함한 국내 메르스 환자 32명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 41개주를 분리해 진행 중인 풀 시퀀싱 결과를 최대한 빨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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