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송 부시장은 2017년 10~11월 청와대에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위 의혹이 담긴 문건을 최초 제보한 인물"이라면서 “대통령의 출마 권유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렵지만 권유 직후 청와대가 송 시장을 지원하고 당내 경쟁 후보들을 배제하려고 시도했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작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적색 신호등이 켜진 청와대 앞 세종대로. 사진=뉴시스DB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2017년 10월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 요청을 했고, 이후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정리하려 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2월 18일 이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송 부시장은 2017년 10~11월 청와대에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위 의혹이 담긴 문건을 최초 제보한 인물"이라면서 “대통령의 출마 권유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렵지만 권유 직후 청와대가 송 시장을 지원하고 당내 경쟁 후보들을 배제하려고 시도했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작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6일 송 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해 작년 6월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 측근들이 만든 '선거 전략' 문건을 다량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물 중엔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도 있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은 2017년 하반기 송 시장의 '선거 준비팀'에 들어가 관련 작업을 주도했다. 조선일보가 취재한 '송병기 업무 일지' 내용은 그가 이 시기에 적은 것들이라고 한다.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 13일 업무 일지에는 '(대통령) 비서실장 요청'이란 제목의 메모가 적혀 있었는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이 송 부시장에게 특정한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메모엔 대통령을 가리키는 'VIP'라는 말이 나온다.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송 시장 출마를 원하고 있으나 직접 요구를 하기엔 '면목'이 없어 이 요청을 비서실장에게 대신하게 했다는 뜻"이라면서 “송 시장은 문 대통령과 30년 지기(知己)로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했다.
 
신문은 울산의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송 시장은 울산 지역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8번 떨어졌다"며 "이런 송 시장에게 다시 출마를 요청하는 당시 상황을 '면목 없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대통령의 출마 권유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과거에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출마 권유' 이후 곧바로 청와대 등 여권이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송 시장의 뒤를 봐주고, 다른 경쟁 후보들을 주저앉히려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최고위 공무원 조직인 청와대가 선거(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가 되게 하고, 특정 후보는 안 되게 하는 시도를 했다면 공무원의 당내 경선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작년 4월, 당내 후보 선출 절차를 생략하고 송 시장을 단독 공천했었다.
 
조선일보는 “비슷한 시기 송 부시장의 다른 업무 일지 속 메모를 보면 청와대의 '관여' 정황이 더 짙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VIP 출마 요청'이 적혀 있는 2017년 10월 13일 메모 하단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A, B씨에 대한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돼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경쟁 후보들을 다른 자리로 보내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다음 메모는 그해 11월 초 작성된 것이다. 제목은 '송 장관(송 시장)·B씨 건'이었다고 한다. 송 시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냈다. B씨는 송 시장의 당내 경쟁 상대였다. 메모에는 '중앙당과 BH, B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BH)가 송 시장의 유력 경쟁 주자인 B씨를 '제거'하고 송 시장이 민주당 후보가 되게 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그다음 메모가 적힌 날은 11월 9일이었다"면서 “제목은 'C 의원 발언'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메모에는 당시 부산의 민주당 C 국회의원이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신문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인 B씨를 움직이려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B씨는 작년 울산시장 선거 공천에서 떨어진 뒤 원래 있던 민주당 지역위원장(울산 중구)으로도 복귀하지 못했다.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는 'BH(청와대) 회의' 같은 문구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이모·정모 비서관 등의 이름도 적혀 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과 유사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親朴) 인사들을 대구·경북 지역에서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했고, 당시 새누리당 공천위에 친박 인사들 명단을 전달하게 했다는 혐의(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어갔었다. 법원은 이를 박 전 대통령이 선거중립을 지키지 않고 친박 인사들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 공무원의 정당 경선 관여 혐의 등으로 작년 11월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송씨의 메모와 관련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작년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어떤 관여도 한 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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