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중앙청년위원회가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및 검찰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 ‘상식이 파괴된 사회’ ‘몰상식의 시대’ ‘이중인격자 전성시대’ ‘도덕성 마비사회’ 등 온갖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조 후보자와 그를 지명한 여권의 대응양태를 보면 그런 표현이 일면 맞는 것 같다. ‘외식(外飾)하지 말라’고 한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외식은 죄이고, 그 끝은 파멸이다.
 
조국 후보자는 8월 21일 "대한민국 법과 제도 개혁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긍정적 사회 개혁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사회 개혁을 하겠다"며 장관 취임사 같은 말을 했다. 참으로 낯 두꺼운 ‘분’이 아닐 수 없다.
 
8월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 일부다. 조 후보자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조씨의 위선 사례는 나열하기도 힘들다. 2015년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결판나는 식인 게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 문제"라며 '금수저'를 비판했다.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며 공정과 정의를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직후였다. 그 딸은 부모 후광이 아니었다면 특목고와 명문대 등을 거쳐 의전원에 진학할 수 있었겠나. 그 시점에 어떻게 그런 말이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나. 조씨는 "특목고가 입시 기능만 한다" "상위 계층이 혜택을 누린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나이에 성적 우수자 집단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지만 두 자녀는 모두 특목고에 보냈다. "특목고는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고 하더니 딸을 이과계열 학부에 이어 의전원에 진학시켰다. 경력 관리용 논문을 개탄하며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했는데 딸은 외고 재학 중 2주 인턴으로 병리학 논문 제1 저자로 올랐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에서 경제 상태로 옮겨야 한다"고 했는데 부잣집인 데다 성적이 좋지도 않던 딸은 서울대 대학원과 의전원에서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는 IMF 외환 위기 때 서민은 힘들었지만, 상류층 재산은 오히려 늘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IMF 직후인 1998년 1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경매로 구입한 게 밝혀졌다. 어린이들에게 주식과 부동산, 펀드를 가르치는 세태를 '돈이 최고인 대한민국'   '동물의 왕국'이라고 비난했는데 자신의 자녀는 사모펀드에 5000만원씩 투자했다. 조씨는 "위장 전입은 주소 옮길 여력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판다"고 했지만 딸을 위장 전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폴리페서 때문에 학생과 동료 교수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더니 자신은 '앙가주망(현실 참여)'이라고 했다. 이것은 내로남불 차원이 아니라 이중인격체 아닌가.>

  
같은 신문의 양상훈 주필은 이날 칼럼에서 “조씨는 문 대통령 민정수석을 하면서 '흠결'에 대한 감수성이 크게 무뎌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집 3채에다 꼼수 투기한 국토부 장관 지명, 자신의 지역구에 재개발 투자해 16억 번 행안부 장관 지명, 귀신같은 36억 주식 투자 헌법재판관 지명, 위장 전입 8회 헌법재판관 지명, 자신도 위장 전입했으면서 남 위장 전입은 징역행 내린 대법관 임명, 논문 표절 의혹 교육부 장관 지명, 음주 운전과 위장 전입 4회의 국방장관 지명, 격세 증여 중소벤처부 장관 지명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하기 힘든 인사는 모두 문 대통령과 조씨의 합작품"이라며 “조씨는 이 분위기 속에서 '흠결'을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 상실이 아니라 '한번 망신당하면 되는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하게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제투성이 인사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했던 자리에 앉혔다. 조국 후보자는 이런 과정에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상훈 주필 칼럼의 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자랑한 사람이다. 그 비서였던 조씨도 그 '무시'와 '독선'의 공동체에 몸과 마음을 함께했다. 소득 주도 성장 실험 실패로 빈부 격차가 충격적일 정도로 벌어졌는데 이래도 되느냐고, 탈원전은 대체 왜 하느냐고, 태양광 패널은 이렇게 전국 산과 저수지에 깔아도 되느냐고, 민노총은 폭력 면허증을 받았느냐고, 북한만 금지옥엽이냐고 아무리 물어도 대통령은 대답도 없이 모든 것을 그냥 밀어붙인다.>
 
밀어붙이는 ‘힘’의 ‘원천’은 지지율인 것 같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0% 가깝다. 여론조사의 정확성 여부는 일단 접어놓자. 상황이 이러하니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 같은 사람들을 계속 지명하고 임명해오고 있는 것이다.
 
양 주필은 “자신들의 오기, 독선을 국민이 좋아하는 '소신'이라고 믿을 수 있다"며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해도 이른바 '여론조사'가 또 50%로 나올 것이고 그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런 와중에 상당수 사람은 '차라리 문 대통령이 조씨를 임명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갈 테면 끝까지 가서 그 결과를 보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지금 이 정부 핵심 인사들은 국민의 감정과 상관없는 ‘사상이 울퉁불통한 사나이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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