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에는 인류에게 마지막 시련과도 같은 긴 겨울이 덮친다. 2020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술적 실업이 끝을 모르고 확대된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하면서 20만 년 동안 계속해온 ‘일’이 선진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사라지는 시기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중산층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2030년의 또 다른 변화는 ‘가까워진 우주’이다. 우주개발 70년 만에 인류는 우주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우주를 개발해 그 소득을 지구에서 활용하기 시작한다. 2030년에 가장 이목이 쏠리는 두 곳은 달과 화성이다. 사진=NASA

2030년에는 대부분 암이 정복된다. 2000년대 초에는 항암제가 대부분 1세대 화학항암제였다.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환자에게 고통을 주었고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후 등장한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해 부작용을 줄였지만,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2018년 이후로는 3세대 면역항암제가 대세가 되었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한다. 2019년 현재 면역항암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시장을 급속하게 키우며 치료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030년의 또 다른 변화는 ‘가까워진 우주’이다. 우주개발 70년 만에 인류는 우주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우주를 개발해 그 소득을 지구에서 활용하기 시작한다. 2030년에 가장 이목이 쏠리는 두 곳은 달과 화성이다. 달은 우주개발의 전초기지이자 우주여행의 목적지로 충분한 매력이 있다. 달의 극지방에 달기지 건설용 로봇이 보내지고 자원탐사가 계속된다.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져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화성은 인류가 정착해서 살 행성으로 급속하게 부상한다. 2030년에는 이미 화성에 인류의 선발대가 도착해 지구 밖 행성에 처음으로 터를 잡게 된다.
 
그러나 2030년에는 인류에게 마지막 시련과도 같은 긴 겨울이 덮친다. 2020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술적 실업이 끝을 모르고 확대된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하면서 20만 년 동안 계속해온 ‘일’이 선진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사라지는 시기이다. 중산층이라는 개념도 거의 사라진다. 2020년부터 기술혁명이 모든 곳으로 파고 들면서 중산층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중산층 중에서도 단순 반복 업무를 하던 비숙련, 반숙련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 2020년 이전까지 탄탄하게 국가, 기업, 가정을 받치던 중산층은 이 시기가 되면 거의 붕괴하는 수준에 이른다.
  
영원한 삶의 희망과 그림자
 
“죽음은 질병이다. 따라서 극복할 대상이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극복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이오기업 CEO들은 대부분 죽음을 질병으로 인식한다. 죽음에 관여하는 노화도 마찬가지이다. 2030년이 되어도 원천적으로 노화를 막는 기술은 개발되기 어렵겠지만, 사람들은 인간의 모든 장기가 인공 장기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미지의 영역처럼 보이던 뇌에 관한 연구가 결실을 보는 시기가 이때다. 미국에서는 뇌의 모든 신경구조를 세포 단위까지 확인해 뇌지도Brain Activity Map를 만들고, 유럽에서는 2019년의 프로토타입 인공 뇌가실제 로봇 뇌가 되어 등장한다.
 
뇌는 약 1천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뉴런은 약 1만 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복잡한 뇌의 정보처리 체계를 파악해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인간 뇌와 똑같은 인공 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뇌에는 인간 뇌의 모든 정보를 옮길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인공 뇌를 만드는데, 하나는 생물학적으로 인간 뇌와 똑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른 하나는 디지털로 로봇 뇌를 만든다. 최종적으로는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는 인공 뇌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원하는 모든 사람이 인공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저렴해진 가격 덕에 마치 안과 수술을 하듯 인공 눈을 장착하거나, 자가 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 눈을 이식할 수 있다. 인공 간이나 인공신장을 이식하는 일도 이 시기에 시작된다. 암은 2019년에도 약 70% 정도는 정복된 것으로 평가된다. 2030년이 되면 대부분 암은 정복되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혜택은 아니다. 소득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는 이 시기에 생명과 직접 관련된 첨단 기술은 소수를 위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에게는 사라진 미래
  
2030년,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 중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판매 비율이 40%를 넘어선다. 신규로 판매되는 자동차의 40%가 5단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의미는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신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의미이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불거진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만든 차의 활용률 증가는 차의 내구성 향상과 신규 소비자 감소로 어려워진 자동차 업계를 더욱 힘들게 한다. 사고가 사라진 자동차의 출현은 자동차보험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사고가 줄어든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교통사고 환자가 급속도로 감소하는 병원도 생존을 위해 다른 조치를 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지만, 정부도 마땅한 방법을 찾을 길이 없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비는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증가하는 연금수령자도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신규 재원은 계속 감소하는데, 은퇴자가 매년 100만 명씩 는다. 은퇴자들은 줄어드는 연금과 복지비에 항의하고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엄청난 사회보장 보험료에 항의한다.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한계에 부닥친 지 오래고, 기업은 계속 일자리를 줄여가며 생존경쟁을 벌인다. 희망은 물가가 더 빨리 내려가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에게 미래는 이미 사라졌다.
 
연결이 만든 연결되지 못한 플랫폼 근로자
 
2015년 이후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플랫폼 근로자(Platform Worker)다. 플랫폼 근로자는 일용직 근로자와 유사하다. 일용직 근로자는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중개업소에 보여주고 하루하루 일자리를 얻는 형태의 근로자이다. 플랫폼 근로자는 다수의 플랫폼에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등록하고 필요할 때 고용된다. 물론, 그 기간은 몇 시간에서 몇 년까지 다양하다. 대리기사, 배달원, 전문직 프리랜서들이 대부분 플랫폼 근로자다. 이들은 플랫폼과의 연결에서 일자리를 얻고 수익을 창출한다.
 
2030년 초연결 사회에서는 대부분 일자리가 비정규직화한다.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일하는 방법은 대부분 비정규직과 유사해진다.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보다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플랫폼 안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잘게 나눠진 일자리를 얻는 것도 힘들지만, 모든 결과물에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그 평가에 따라 다음 일자리가 결정된다. 문제는 연결되지 못한 근로자이다. 그리고 연결되었다 하더라도 경쟁에서 밀린, 연결되었지만 일자리로 연결되지 못한 플랫폼 근로자 문제도 심각해진다.
 
분열된 세계의 탄생
 
2030년은 분열된 세계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이때가 되면 분열된 세계에서 자신이 어떤 쪽에 속하게 될지 잘 알게 된다. 문제는 중산층이라고 부르던 경제적 지지층이 평평해지고 가늘어지면서 밑으로 계속 추락하는 데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분열된 세계의 상단으로 올라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분열된 세계의 상단을 차지한 이들은 정보와 지식, 경제, 기술의 모든 부분을 움켜쥐고 행사하게 된다. 국가 간에도 분열의 문제는 계속된다. 지식과 기술을 가진 국가, 값싼 에너지를 가진 국가, 공장을 가진 국가가 점점 블랙홀처럼 변해가면서 덩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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