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21세기북스), 행복은 전염된다(김영사), 마음의 지도(다산사이언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친구가 하는 행동이면 무조건 흉내 내는 것처럼 우리는 곧잘 다른 사람의 행동에 감염되기 쉽다. 행동감염은 일상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우리는 누가 웃으면 따라서 웃고, 앞서 가던 사람이 괜히 하늘을 쳐다보면 덩달아 하늘을 응시하는 것처럼 남의 행동에 물들게 마련이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9월13일자 커버스토리에 따르면 행동감염은 사회학의 핵심 연구주제이다. 1940~50년대에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연결망(네트워크)이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정보와 소문이 퍼져나가는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폴 래자스펠드(1901~1976)는 상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과정을 밝혀내고 정치적 견해가 친구 사이에 전파되는 형태를 연구했다. 1980~90년대에는 미국 청소년의 흡연이 사회 문제로 부상함에 따라 보건 전문가들은 10대 집단에서 친구의 영향으로 담배를 피우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000년 1월 미국 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 펴낸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행동감염은 여론이나 유행 같은 대중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졌다.
 
2002년 하버드대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와 캘리포니아대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는 사회적 감염 연구에 착수하여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두 사람은 '프래밍험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를 활용했다.
 
1948년부터 프래밍험에 사는 1만5000명과 그 자손을 대상으로 오늘날까지 50년 넘게 심장질환의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대규모 연구이다. 두 사람은 이 연구 기록을 토대로 프래밍험 주민이 친구 또는 친척과 어떻게 연결됐는지 분석하고 비만, 흡연, 행복이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현상임을 밝혀냈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간 프래밍험 주민의 체중 변화를 분석하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뚱뚱한 주민이 있으면 그 친구가 비만일 확률은 5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의 친구가 비만이면 프래밍험 주민은 20% 더 뚱뚱하고 친구(1)의 친구(2)의 친구(3)가 비만이면 뚱뚱보가 될 가능성은 10% 더 높았다.
 
한 사람이 살이 찌면 3단계 떨어진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2007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7월 26일자에 게재된 논문에서 비만은 개인의 유전적 성향이나 생활습관 못지않게 주변 사람에 의해 감염되는 사회적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두 사람은 프래밍험 자료를 분석하고 흡연 역시 비만처럼 친구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5월 22일자에 발표했다.
 
두 사람은 비만과 흡연에 이어 행복도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바이러스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염되는 현상임을 밝혀내고 2008년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온라인판 12월 4일자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말 펴낸 공저 '연결되다(Connected)'에서 두 사람은 우리가 행동을 잘만 하면 3단계 네트워크에 연결된 1000명 정도를 날씬하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9년 11월 14일자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