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청와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지적해야 할 야당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고 한다. 이 싸움을 말린 사람은 문 대통령이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야당 복(福)이 대단하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1월 10일 여야 5당 대표들에게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를 제안해 여야 대표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회동에는 이해찬 민주당·황교안 한국당·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5당 대표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치, 경제, 노동, 외교, 통일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검찰개혁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라며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 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회가 이 문제를 잘 협의해 처리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황 대표와 손 대표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을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강한 어조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자 다른 당 대표들이 "실질적으로 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반론을 제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진 손 대표와 황 대표가 고성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를 말리면서 분위기는 다시 차분해졌지만 황 대표는 "한국당 입장이 무시된 채 패스트트랙이 진행됐다"며 거듭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을 약속했으니 선거제 개혁을 앞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정 대표의 지적에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한 경험이 있어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총선 이후 쟁점이 되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외교·안보와 관련해서는 "북미 간에도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남북관계가 작동할 수 있는 독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심 대표의 지적에 "북미 대화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에 심 대표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내년 신년사를 계기로 여러 입장변화를 나타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고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지적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심 대표의 문제 제기에는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탄력근무제 확대에 대해 국회가 더 노력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의 경제·안보 비전과 대안이 담긴 '민부론'과 '민평론'과 관련해 "두 책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한국당이 제시한 민부론, 민평론을 잘 검토해서 국정에 반영해달라"고 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은 청와대 관저에서 오후 6시부터 2시간50여분간 진행됐으며 평택 약주인 천비향 약주이 식전주로, 전북 정읍산 송명섭 막걸리가 반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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