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4월 25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앞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오신환 사개특위 간사 사보임 신청 허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하태경, 정병국, 유승민, 오신환, 이혜훈 의원.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이 분당(分黨)행 버스에 올라탄 형국이다.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아슬아슬한 1표차로 추인된 데 이어 당 지도부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모두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사실상 당이 쪼개지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안 제출 시도에 반발하며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 의원 사보임안이 '팩스' 제출된 4월 25일에는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공개 반대하는 의원들이 모두 13명으로 늘며 상황이 악화됐다.
  
기존에 사보임 방침에 반발했던 이태규·김중로·유의동·정병국·오신환·지상욱·이혜훈·정운천·유승민·하태경 의원 등 10명에 더해서 안철수계인 김삼화·신용현·이동섭 의원 등 3명의 의원이 반대 뜻을 밝힌 것이다.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두고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결과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합의안 추인 뒤 지도부의 리더십이 더욱 타격을 입은 셈이다.
  
김삼화 의원은 수석대변인을 사퇴하며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선거제 개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패스트트랙이 추진됐으나 그 과정에서 당의 지지율 상승이나 결집이 아니라 당을 분열로 몰고 가고 사분오열되는 모습에 참담했다"라며 "당이 살자고 나선 길이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고 무너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단행하는 초강수를 두며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권 의원은 전날 오후까지 김 원내대표와 공수처법을 논의했다가 회의실을 나갔다. 이후 국회 의사과에 권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한다는 사보임안이 '팩스'로 제출됐다. 권 의원은 평소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주장해왔다.
  
유승민 전 대표는 권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권 의원이) 공수처안에 본인 주장을 계속했고 합의가 안 되면 통과가 안 된다는 주장을 했는데 (25일 오후) 5시50분쯤 그때까지 확인된 내용으로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해서 권 의원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이 장소를 떠났다. (이후)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신환 의원에 이어 불법적으로 사보임했다"라고 주장했다.
 
공수처안에 이견을 보인 사개특위 위원들에 대해 모두 팩스로 사보임을 강행하며 패스트트랙 처리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유 전 대표는 "어제부터 사보임계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라며 "그들이 저지른 불법을 끝까지 막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바른정당계와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은 지도부 책임론을 꺼내들어 집단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이들은 긴급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로, 26일로 예상되는 의원총회서 '손학규 대표 탄핵' '김관영 원내대표 불신임' 등 지도부 퇴진을 요구할 방침이다.
  
유승민 전 대표는 "국회법을 이렇게 계속 무시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이런 식으로 의회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김관영 원내대표와 채이배, 임재훈 의원 모두 정치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당 지도부와 패스트트랙 찬성파 의원들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계의 퇴진 요구에 대해 YTN 라디오에서 "결국 지도부를 내리고 새로운 당권을 차지하겠다는 의사로 본다"라며 날을 세웠다. 손학규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유승민 전 대표를 겨냥, "꼭두각시를 데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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